웨스테르담호 승객 1명, 확진 6일 만에 음성 반응 나오자 발끈

캄보디아에 입항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내린 미국인 승객이 말레이시아로 간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일이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간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2주일간 크루즈선에 머물러야 했던 41개국 출신 승객과 승무원 2천257명 가운데 지금까지 이 여성만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불과 6일 만에 코로나19에 음성반응이 나오자 캄보디아가 발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홍콩에서 출항한 웨스테르담호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일본 등 5개국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뒤 지난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닻을 내렸다.

캄보디아 당국은 코로나19 환자가 없다며 14일 하선을 허가했고, 15일까지 1천200여 명이 내렸다.

이 가운데 경유지인 말레이시아로 건너간 83세 미국인 여성이 1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하선이 중단됐고, 캄보디아에 남아 있던 1천7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다.

또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이 입국을 거부하면서 승객들은 1주일가량 캄보디아에 발이 묶였다.

22일 프레시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완 아지자 완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 "미국인 여성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지만, 증상이 계속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증상이 사라지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훈센 "내가 말레이 총리라면 보건부장관 당장 해임할 것"
그러자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내가 말레이시아 총리라면 직무 태만과 무책임으로 41개국 국민에게 1주일간 피해를 준 보건부 장관을 당장 해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전날에도 "미국인 여성의 남편과 크루즈선에 탄 수천 명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 여성만 확진자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는 캄보디아 당국이 세계보건기구, 미국 질병통제센터 등과 협력해 캄보디아에 남아 있던 크루즈선 승객 등 1천580명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고, 승객들이 경유했거나 귀국한 다른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없다는 통보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캄보디아 보건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발표한 검사 결과의 불규칙성 때문에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이 공포와 혼란, 차별을 겪어야 했다"면서 "며칠간 출국을 못 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말레이시아 측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한편 시아누크빌항 크루즈선에서 내린 승객과 승무원 대다수는 지난 21일까지 자기 나라로 돌아갔고, 남아 있는 승무원 747명은 22일 크루즈선을 타고 필리핀으로 향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