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코로나 쇼크
엔·달러 환율 112엔 넘어서
강세 보이는 달러·금값과 대조

日銀, 추가로 돈 풀 가능성
일본 엔화의 ‘안전자산’ 신화가 금 가고 있다. 통상 위기 때 달러, 금 등과 함께 강세를 보여온 엔화는 최근 일본 경제 악화와 이에 따른 국채 투자자 이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크루즈 참사' 日…엔화, 안전자산 위상 흔들린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0.7% 상승한 달러당 112.11엔을 기록했다. 전날 1.4% 오른 데 이어 이틀째 급등했다. 장중엔 작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112.18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엔·달러는 올초만 해도 108엔대였지만 지난 5거래일간 2.1%나 치솟았다.

월가에서는 엔화 약세의 배경을 △실망스러운 일본 경기 △일본 국채 투자자의 이탈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된 일본의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6%(연간 환산 기준 6.3%) 감소해 5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작년 10월 소비세를 높이면서 소비가 급감한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회복 기대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크루즈선 확진자를 포함해 누적 확진자가 7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경제가 1분기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추가로 돈을 풀 가능성을 높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1일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1월 신규 고용이 22만5000명 증가하는 등 경제 지표가 예상을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초강세를 보이면서 이날 ICE 달러 인덱스는 99.75로 상승했다. 올초부터 3% 넘게 올랐다.

ING는 “최근 달러 강세가 일반화되면서 엔화가 매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본 투자자들이 낮은 금리의 일본 국채를 등지고 미국 등 해외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통상 미 증시와 채권 금리가 동반 하락할 때 엔화는 강세를 보였지만 20일은 일반적 패턴에서 벗어났다”며 “일부에선 달러가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를 흔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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