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내무부 "중부 내무군 의료센터에 격리수용"…현지 주민 항의 시위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가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부터 자국민과 외국인 등 72명을 자국으로 이송시켰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인 45명과 외국인 27명 등 72명의 우한 대피 승객이 승무원 및 의료진 22명과 함께 동부 하리코프 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타스 통신은 우크라이나인 45명과 외국인 28명 등 73명의 우한 대피 승객을 태운 우크라이나 저가항공사 스카이업(SkyUp) 소속 보잉 737-700 여객기가 이날 정오께 동부 하리코프주(州) 공항에 내렸다고 보도했다.

현지 내무부 발표를 볼 때 당초 예정됐던 외국인 승객 가운데 1명이 최종적으로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중국 우한서 자국민·외국인 등 72명 자국으로 이송"(종합)
이날 하리코프에 도착한 외국인 승객 중에는 벨라루스, 노르웨이, 이스라엘, 스페인,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도미니카공화국, 파나마 국적자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앞서 외국 정부들이 우크라이나 측에 항공편 제공을 요청했다면서 남는 좌석이 있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우크라이나 여객기에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던 러시아인 1명은 이날 여객기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확인했다.

우한에서 탈출한 이들과 이송 과정에서 여객기에 함께 탑승했던 승무원, 의료진 등은 모두 하리코프 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190km 떨어진 폴타바주의 국가근위대(내무군) 의료센터 '노비예 산좌리'에 2주간 격리될 예정이다.

우한을 출발한 여객기는 이날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기착해 급유를 받은 뒤 곧이어 하리코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안개 때문에 하리코프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수도 키예프의 보리스폴 공항에 내려 급유를 받고 다시 최종 목적지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송자들의 격리 시설 수용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폴타바주 국가근위대 의료센터에 이송자들을 수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9일부터 항의 시위를 벌여온 현지 주민 수백명은 이날 아침 센터로 향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점거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주민들은 센터가 격리 시설로는 적절치 않아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폴타바주 주지사 올렉 시녜구보프가 직접 현지로 가 시위 가담자들과 대화하는 등 설득 작업을 벌였다.

주지사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누구라도 이 사람들과 같은 처지에 처할 수 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 부모, 친척들이다"라고 호소하면서 "중국과 우크라이나 의료진이 모든 사람을 검진했다.

누구도 호흡기 질환 증세가 없다"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바이러스의 우크라이나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젤렌스키는 주민들에게 도로 봉쇄 해제를 요청하며 "이송된 사람들의 상당수는 30세 이하로 많은 이들에게 아들과 같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경찰은 이송자 격리를 방해하는 모든 시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10여명을 검거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격리 시설에는 경찰과 군인들이 배치돼 경비를 설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에는 150~200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체류하고 있으나 그 가운데 일부 만이 귀국과 14일간의 격리 조치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혀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 중국 우한서 자국민·외국인 등 72명 자국으로 이송"(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