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국영 로스네프트 자회사 제재로 마두로·푸틴 동시 압박
베네수, 대통령 직속 석유산업 구조조정위원회 발족하기로
전문가들 "실질적 타격 적어"…러 "베네수와의 관계 변함 없다"
러시아 겨냥 미국의 베네수 제재…푸틴·마두로 사이 갈라놓을까(종합)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 기업까지 제재 대상에 올렸다.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옥죄고,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의도인데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와 운송을 중개한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트의 무역부문 자회사 로스네프트 트레이딩 SA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한 끝에 나온 조치였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는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경제적 살해"라고 비난했고, 러시아 정부도 "국제법상 불법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번 제재는 베네수엘라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석유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당장 다른 중개업체를 찾아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능력을 위협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로의 원유 이동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대통령 직속 석유산업 구조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19일 "에너지 비상상황"을 선포하며 올해 하루 원유 생산량 목표를 200만 배럴로 높이도록 지시했다.

이는 기존 원유 생산량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재든 봉쇄든 더 이상의 핑계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유 생산에 박차를 가할 뜻을 밝혔다.

위원장은 타렉 엘 아이사미 경제담당 부통령이 맡기로 했으며, 마누엘 케베도 석유에너지부 장관 겸 PDVSA 회장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러시아 겨냥 미국의 베네수 제재…푸틴·마두로 사이 갈라놓을까(종합)
그러나 로스네프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로스네프트 전체가 아닌 자회사 한 곳만을 겨냥한 제재인 데다 3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 로스네프트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의 부분적인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이미 많은 미국 업체들이 로스네프트와 거래를 중단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리처드 네퓨 미 컬럼비아대 에너지 연구원은 AP에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게 만든 경고 사격에 가깝다"며 "실제로 러시아를 벌주지 않으면서 러시아인처럼 보이는 누군가를 쏜 셈"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너지 전문가 살리흐 일마즈도 "로스네프트엔 재정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유예 기간이 끝나는 5월 20일 전에 새 무역 자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과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권의 오랜 우호관계에도 당장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제재가 발표된 후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 제재가 "베네수엘라와의 관계에 절대로 영향을 줄 수 없다"며 "오히려 양국 관계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마두로를 향해 굳건한 지지를 보낸다고 해도, 사실상 부도 상태인 베네수엘라에 추가로 차관을 지원할지는 불투명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