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방정부 보조금 빼먹은 혐의, 유죄 판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가 연관된 비리 의혹 사건으로 관심을 끌었던 학교법원 모리토모(森友)학원의 전 이사장 부부가 정부 보조금을 빼먹은 혐의가 인정돼 1심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오사카(大阪)지방법원은 19일 국가와 지방정부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67) 모리토모학원 전 이사장과 그의 부인인 가고이케 준코(諄子·63) 씨의 선고공판을 열어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징역 5년, 준코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일본 '사학비리' 모리토모학원 전 이사장에 징역 5년 선고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재판부는 가고이케 전 이사장이 "교묘한 수법으로 대담하게 범행했다"고 전제한 뒤 국가 보조금 사기 사건의 중심에서 오사카부(府)와 오사카시(市)를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거액을 편취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다만 보조금 신청을 가고이케 전 이사장이 주도하고, 부인인 준코 씨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가고이케 전 이사장 변호인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은 2015~2017년 오사카부 도요나카(豊中)시의 국유지에서 추진하던 초등학교 건설 공사비를 부풀린 계약서 등을 제출해 국가 보조금 약 5천600만엔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또 2011~2016년 자신이 운영하던 유치원의 직원 수와 지원이 필요한 아동 수를 허위로 꾸며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에서 약 1억2천만엔의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의 비리 의혹은 2017년 2월 오사카 지역을 담당하는 재무성 긴키(近畿) 재무국이 모리토모 학원 측에 국유지를 헐값에 분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베 총리 부부를 둘러싼 스캔들로 발전했다.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가까운 사이인 가고이케 전 이사장의 모리토모학원이 2016년 6월 쓰레기 철거 비용 등을 인정받아 감정평가액보다 8억엔가량 싸게 국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 아베 총리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이 2017년 2월 이와 관련한 의혹을 처음 보도한 뒤 주무 부처인 재무성 이재국은 관련 공문서에서 아키에 여사 관련 기술 등 문제가 될 부분을 삭제토록 긴키재무국에 지시하는 등 14건의 문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헐값매각 서류를 고치는 데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던 긴키재무국 직원(당시 54세)이 2018년 3월 '상사로부터 문서를 고쳐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자살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검찰은 특혜 매각에 관여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을 확정해 특혜를 둘러싼 의혹은 '손타쿠'(촌탁·忖度)에 의한 실체 없는 스캔들로 유야무야됐다.

헤아린다는 뜻인 촌(忖)과 탁(度)으로 이뤄진 일본어 단어 '손타쿠'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중을 살펴서 일 처리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최고 권력을 쥔 아베 총리의 의중을 살펴서 일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모리토모학원 측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전모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