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로 금융거래 묶여
서비스·사업 축소 나서자
한국 대표기업 '괘씸죄' 적용
이란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 대해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하면 이란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경고했다.

19일 테헤란타임스 등에 따르면 다수의 이란 고위 관료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 기업에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모하마드 자파르 나낙카르 이란 정보통신기술부 법무국장은 전날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이란은 삼성전자 임직원 입국을 거부하고, 이란 이동통신망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아예 제외해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가 이란 시장에서 서비스를 축소한 데 따른 대응 조치라고 이란 측은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이란에서 스마트폰 앱 장터인 갤럭시스토어에서 유료앱 거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면서 이란 리알화를 통한 결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부터 갤럭시스토어 무료앱 서비스도 막을 계획이다. 나낙카르 국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스토어 서비스를 제한하면서 이란의 앱 개발업체 등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이번 조치를 재고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엔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삼성전자 매장 간판을 철거하는 사진과 함께 “미국의 괴롭힘에 따라 일부 기업이 이란을 떠났는데, 이들은 복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글을 한글과 이란어로 각각 올렸다. 같은 날 압바스 아라치 이란 외무차관은 “미국에 동조해 이란을 버리는 기업은 이란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란 매체들도 한국 기업을 겨냥한 비판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4일 이란에서 마지막 광고판을 철수했다”며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굴복해 이란 내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영자매체 테헤란타임스는 “한국 기업이 이란 시장에서 철수하면 8000만 명 규모의 시장을 잃는다”며 “결국 패배자는 이란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될 것”이란 기사를 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이란 현지에서의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미국이 이란 관련 수출입과 금융거래 등을 전면 금지해 핵심 부품을 수입할 수 없어서다. LG전자도 일부 제조시설 운영을 중단했다.

이란이 이번에 한국 기업만을 지목한 것은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헤란타임스는 “한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이란 시장의 큰 몫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다.

한국 정부가 이란 인근 페르시아만에 청해부대를 독자 파병하기로 한 것도 이란 정부의 위협이 나오는 이유다. 청해부대 작전 지역은 기존 아덴만부터 오만만,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페르시아만 안쪽까지로 설정됐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자국 영해로 보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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