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500만 개 기업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 10일부터 중국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이동 제한 등으로 직원들의 정상적인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최소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조사업체 던앤드브래드스트리트는 특별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이 극심한 중국 일부 지역이 세계 기업의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세계에서 500만 개의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로 500만개 기업 타격…통제 못하면 세계GDP 1%P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 지역들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업의 90% 이상이 이들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만9000개 해외 기업의 지사 및 자회사가 이들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49%는 홍콩 기업이며 미국 19%, 일본 12%, 독일 기업이 5%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중국 내 지역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1000대 기업 중 938개를 포함해 최소 500만 개 기업의 2차 공급업체가 적어도 한 개 이상 있다고 전했다. 포천 선정 글로벌 1000대 기업 중 163개를 비롯한 최소 5만1000개 기업이 이들 지역 내에 최소 한 곳 이상의 직접 공급업체 또는 1차 공급업체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 10일부터 중국 공장의 조업을 재개했지만 정상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폭스콘의 허난성 정저우공장은 10일 복귀한 직원이 10%인 1만6000여 명에 그쳤다. 폭스콘의 중국 양대 공장 중 하나인 광둥성 선전공장은 생산을 재개하지도 못했다. 폭스콘 정저우공장은 조기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허난성 안에 거주하는 직원은 오는 29일, 다른 성에 있는 직원은 3월 7일 전에 복귀하면 3000위안(약 5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 근로자들이 일터에 복귀하지 않는 것은 외지인 출신의 경우 2주간 격리되고, 내지인이라고 하더라도 감염을 우려해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40여 개의 중국 대도시가 사실상 이동을 제한하고 있어 농민공들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500만개 기업 타격…통제 못하면 세계GDP 1%P 감소"
중국에 33개 공장을 둔 폭스바겐은 근로자 복귀 지연과 물류 차질 등을 이유로 일부 공장의 작업 재개 시점을 오는 24일로 1주일 더 연기했다. 미국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일본 닌텐도도 중국 부품업체의 공급 차질로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멈춘 상태다.

상하이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벌인 조사에서 상하이와 인근 지역에 공장을 둔 109개 미국 기업의 78%가 일손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생산과 판매 부진으로 2분기(2020년 1~3월) 매출 예상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애플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을 감안해 매출 예상치를 평소보다 넓은 630억~670억달러로 제시했다.

CNBC는 중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를 점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여름까지 코로나19를 통제하지 못하면 세계 GDP 증가율이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오는 4월 21~30일 베이징에서 열 예정이던 국제 모터쇼를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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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