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르비아·코소보 화해 잇따라 주선
발칸 진출 노리는 EU 중재는 번번이 실패
"미국, 터키 대체할 신뢰할 만한 동맹 확보 의도"
미국이 올 들어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화해를 중재하는 등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발칸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발칸반도에서 러시아의 진출을 저지하고, 터키를 대체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동맹국을 확보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발칸국가의 화해를 중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발칸반도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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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참혹한 내전을 치른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고속도로·철도 복원 합의안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지난달엔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와 코소보 수도인 프리슈티나(사진) 간 직항로 복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코소보는 이달 초 세르비아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관세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교도인 알바니아계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세르비아와의 내전으로 1만3000여명이 숨지는 전쟁을 겪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개입으로 내전은 1999년 종식됐지만 양측은 이후로도 수시로 충돌했다. 코소보는 유엔과 미국, 유럽 등의 승인 아래 2008년 독립을 선포했다.

이번 육로와 항로 동시복원 및 보복관세 철폐를 통해 양측간 외교관계가 정상화되고, 발칸반도의 평화도 무르익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합의한 세 차례 합의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이 주선했다는 점이다.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가 양측간 중재에 나섰다.

유랙티브는 “EU가 수년간 양측간 중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반면 미국은 잇따라 성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 14~16일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이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화해를 주선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만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비롯해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등 발칸 6개국의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몸집이 줄어든 EU 규모를 늘리고, 추가 회원국 가입을 통해 분담금을 더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민주주의 체제의 후진성을 이유로 발칸국가의 EU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EU는 2013년 크로아티아 가입 후 지금까지 신규 회원국을 받지 않았다.

유랙티브는 “최근 발칸반도에서 갑자기 나타난 미국 개입의 이유는 러시아와 터키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유럽으로의 세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 입장에서 발칸국가들은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세르비아의 전통적 우방국가이기도 하다. 러시와와 중국은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 가입조차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세르비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랙티브는 “미국 입장에서 터키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발칸반도에 믿을 만한 동맹국이 필요하며, 그런 시도는 지금까지 쉽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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