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보도…일본 정부 "왕실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일본, 남성 왕족만 일왕 될 자격…여성·모계 불인정"(종합)
일본 정부가 아버지로부터 왕실의 피를 이어받은 남성 왕족만 일왕이 될 수 있는 현재 일본 왕실 제도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16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여성 일왕은 물론이고 어머니로부터 왕실의 피를 이어받은 왕족이 일왕이 되는 모계(母系) 계승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德仁·59) 일왕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가 일왕 계승 1순위(고시·皇嗣)임을 공표하는 4월 하순 이후 이런 방침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현재 일본 왕실 전범은 아버지가 일왕의 피를 이어받은 남성만 일왕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여성·모계 일왕을 인정하면 일왕 계승 1순위가 바뀔 수 있어 "왕실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현행 왕실 전범을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내에선 여성 혹은 모계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남녀평등 차원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보수 성향의 집권 자민당은 허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재차 왕위 계승 논란이 제기된 것은 현재 왕실 전범에 따라 왕위 계승이 가능한 사람은 54세인 후미히토와 13세인 후미히토의 아들 히사히토(悠仁), 그리고 84세로 고령인 히타치노미야(常陸宮) 마사히토(正仁·83) 3명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린 히사히토에게 사고라도 생기면 왕위 계승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여성 일왕이 허용되면 나루히토 일왕의 딸인 아이코(愛子)가 왕위 승계 1순위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메이지(明治) 시대인 1889년 여성의 왕위 승계가 금지되기 전에는 여성도 일왕에 즉위한 적이 있다.

최초의 여성 일왕은 592년부터 35년 동안 일본을 지배한 스이코(推古)로, 일본 최초로 율령을 반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강력한 여성 일왕이었던 코켄(孝謙)은 749~758년과 764~770년 두 번에 걸쳐 일본을 지배했으며, 불교 전파에 힘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