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미국 제재에 유난히 신속히 순응" 불만
"이란, '성공모델' 삼성·LG 압박해 떠나는 외국기업 '경고'"
최근 이란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간판이 현지 업체로 교체되는 데 대해 이란 정부가 이들 한국기업을 본보기로 삼아 미국의 제재로 떠나는 외국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테헤란 현지의 가전 업계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지난해 말부터 이란 정부가 한국 회사는 미국의 제재에 유난히 순응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라며 "2016년 제재가 풀리니 앞다퉈 이란에 왔다가 미국이 제재를 복원하니까 누구보다 신속히 철수한다는 게 이란 정부의 시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회사는 이란에서 '단물만 빨아먹고 나간다'면서 이란 정부와 현지 업계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외국 기업의 사례인 만큼 이들 기업을 특별히 압박해 다른 외국 기업에도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고 메시지는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식화'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테헤란의 전자·가전 매장이 밀집한 줌후리예 거리의 한 삼성전자 매장이 간판을 철거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이란은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를 잊지 않는다.

미국의 제재에 가담해 이란을 떠난 나라의 기업이 다시 이란에 진입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테헤란 현지의 다른 가전 업계 관계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을 수입해 이란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영업했다"라며 "미국의 제재로 부품 수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현지 생산이 중단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는 부품도 공급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간판을 왜 내거느냐는 입장이다"라며 "이들 매장은 두 한국 회사의 제품을 조립생산하던 이란 회사(삼전자, 골드이란)가 중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혼용한 자체 생산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 현지에서 매장을 직영하지는 않는다.

"이란, '성공모델' 삼성·LG 압박해 떠나는 외국기업 '경고'"
무사비 대변인의 트윗을 계기로 이란 언론도 '한국 기업 때리기'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란 중도성향의 언론 함샤리는 15일 "작년 5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에서 철수한다는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라며 "그렇지만 지금 이란에서 두 회사의 간판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하미드 레자 가즈니비 이란 가전협회 대변인은 이 신문에 "두 한국회사는 미국의 제재에 순응해 부품을 공급하지 않아 이란 협력사를 제재한 셈이다"라며 "지난 2년간 이란 회사는 이들 2개사의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어려운 시기에 이란 소비자를 홀로 두고 떠났다"라며 "심지어 이란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고 밀수까지 해 이란 현지 업체와 불공정하게 경쟁했다"라고 비난했다.

코트라(KOTRA) 관계자도 "이란 정부가 제재로 철수하는 한국 기업을 못마땅해하는 기류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란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이유로 떠난 한국 기업에 재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2011년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반이란 시민단체 이란핵반대연합(UANI)이 이란에 직접 판매를 계속하면 미국에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그해 11월 이란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대이란제재가 철수 이유라고 했지만 당시엔 관련 제재가 발효되기 전이었다는 점에서 이란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철수에 반감이 컸다.

현대자동차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행으로 대이란 제재가 완화되자 이란 시장에 재진입해 2017년 6월부터 이란 케르만모터스와 협력해 현지 조립·생산(CKD)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2018년 8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현재는 사실상 현지 생산을 중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