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어 진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상당수 도시가 가구당 사흘에 한 번 1명만 외출을 허용할 정도로 강도 높은 '봉쇄식 관리'를 강행하는 엄혹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중국인들에게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주장은 의학 논문을 편의대로 발췌해 과학적 근거로 삼고 있어 환자나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팩트체크] 중국서 떠도는 '코로나19 예방효과' 진실은?

◇흡연·음주가 코로나19 예방 효과 → "근거 없어"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건강을 해치는 행위'인 흡연이나 음주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국의 흡연·음주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인 데다 코로나19에 대한 뚜렷한 예방·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런 주장이 중국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무근'이다.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를 예방하는데 흡연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언뜻 생각해도 이해가 쉽지 않다.

누가 들어도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소문의 시작은 바로 중국 연초업계 마케팅 계정인 '야오장야오숴커탕'(姚講姚説課堂)이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이 글에는 중국 호흡기 질환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 1천9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논문을 근거로 비흡연자보다 흡연자가 감염률이 낮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환자 1천99명 중 비흡연자가 927명으로 전체 85.4%를 차지했다.

반면, 흡연자는 137명으로 12.6%에 불과했다.

이들은 이 비율을 근거로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관련 주장이 성립되기에는 모집단 수가 너무 작고, 논문 일부를 발췌해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했다며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문을 쓴 당사자인 중난산 원사 연구팀은 직접 나서 "흡연자가 감염률이 낮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팩트체크] 중국서 떠도는 '코로나19 예방효과' 진실은?

중국의 바이주(白酒)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전혀 사실과 다르다.

처음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곳은 역시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부터였다.

누가 맨 처음 게시글을 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지금도 '바이주'와 '코로나19'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관련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글들의 내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한데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50도가 넘는 바이주가 코로나19 병원균을 퇴치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근거로는 우한(武漢)에 파견된 의료진 중 음주를 즐기는 의료진이 감염률이 낮았다는 것을 내세운다.

구체적으로는 매일 50도짜리 바이주 100㎖를 마시면, 혈관 속 알코올 함량이 높아지면서 면역력이 활성화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중국 보건 전문가들은 이런 글들이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완치된 환자 혈장에서 검출된 항체 → "효과 있다"
[팩트체크] 중국서 떠도는 '코로나19 예방효과' 진실은?

현재까지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에서 인정한 코로나19 치료제는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Chloroquinem)뿐이다.

이들 약품 역시 아직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정확한 효과나 부작용은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이들 약품을 제외하고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은 바로 완치 환자 몸에 형성된 항체다.

중국 감염병 전문가인 퉁차오후이 베이징차오양병원 부원장은 관영 중앙(CC)TV에 출연해 완치 환자 몸에는 항체가 6개월가량 남아 있다면서 이 기간에는 완치 환자가 코로나19에 재감염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처음 대중에 공개된 것은 지난 9일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즉시 항체를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할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13일 우한의 호흡기 전문병원인 진인탄(金銀潭)병원의 장딩위(張定宇) 원장이 후베이(湖北) 방역 지휘 본부 정례 브리핑에 나와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장 원장에 따르면, 완치 환자의 혈장에는 다량의 코로나19 항체가 포함돼 있고, 이를 이용하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임상으로 증명됐다.

다만, 아직 치료제를 개발하는 단계에는 들어서지 못해 중국 보건당국은 완치 환자들의 혈장 기증을 독려하고 있다.

◇'사스에 효과' 중의약품 '솽황롄' → "확인 불가"
코로나19의 치료와 예방 효과에 관한 많은 주장 중 가장 판단이 어려운 하나가 중국 전통 의학인 중의학(中醫學)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의약품인 '솽황롄'(雙黃連)이다.

솽황롄은 현재 중국 내에서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고, 일반적인 약국에서는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솽황롄의 품귀현상은 그 치료 효과를 공신력 있는 중국 약학 연구소에서 공식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일 중국과학원 상하이약물연구소와 우한(武漢)질병연구소가 공동연구를 통해 솽황롄이 신종 코로나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가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를 관영 매체가 보도하자 중국 전역 약국에는 솽황롄을 사기 위한 행렬이 줄을 이었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직접 베이징 시내 약국 10여 곳을 확인한 결과, 솽황롄은 모두 매진 상태였다.

솽황롄은 발열, 기침, 인후통에 효능이 있는 중의약품으로 금은화(인동덩굴의 꽃), 황금(속서근풀), 연교(개나리) 등이 주성분이다.

솽황롄이 이번 사태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코로나19와 사촌 격이라 할 수 있는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효능을 보였다는 점이다.

[팩트체크] 중국서 떠도는 '코로나19 예방효과' 진실은?

중의학계는 솽황롄의 주성분들이 열을 내리고, 해독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중국과학원 관계자는 "사스 사태 이후 솽황롄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10여 년의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솽황롄은 독감(H7N9, H1N1, H5N1), 급성 호흡기 코로나, 메르스 등 질환에서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방 매체와 양의학계에서는 솽황롄의 효능이 매우 불확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를 언급하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고 정치적 선전 목적에서 비롯된 엉터리 중국의학을 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솽황롄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가금류와 가축용 솽황롄을 잘못 구매하거나 '가짜' 약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FP는 "솽황롄은 허구적인 체액 이론 등을 조합해 사실상 1960년대 창안된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중의학 약재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임상적 증거가 매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솽황롄이 기도 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솽황롄은 간절한 중국인의 바람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여전히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