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진흙탕 싸움으로 미 국방부의 클라우드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방해로 수주에서 탈락했다며 아마존이 낸 사업 일시 중단 가처분을 법원에서 인용했다. 국방부를 시작으로 미 행정부의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싹쓸이하려던 계획을 망친 베이조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트럼프 부당 압력" 아마존 손 든 美법원…'제다이 프로젝트' 제동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청구법원(CFC)은 13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수주한 국방부의 클라우드 사업 진행을 일시 중단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사업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아마존에 4200만달러의 공탁금을 내도록 했다.

아마존이 중단시킨 국방부 사업의 정식 명칭은 ‘합동 방어인프라 사업’(JEDI:제다이)이다. 모든 군 기관의 정보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에 통합하는 사업으로 계약기간 10년, 계약액 100억달러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연방 정부 차원의 정보기술(IT) 계약 중 하나다.

아마존과 MS, 오라클, 구글 등은 사업 발주 전인 2017년부터 경쟁을 벌였다. 승자가 정부의 다른 클라우드 사업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2018년 7월 국방부가 사업을 공고하자 오라클은 소송부터 냈다. 보안을 이유로 단일 사업자와 계약을 맺기로 한 게 아마존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당시 클라우드 시장의 약 50%를 점유한 압도적 1위였고, 그만큼 수주가 확실시됐다.

하지만 2019년 7월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MS와 오라클, IBM 등 다른 회사들로부터 불평을 들었다”며 사업자 선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 석 달 뒤인 작년 10월 사업자로 업계 2위 MS가 결정됐다.

고배를 마신 아마존은 작년 11월 국방부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불러내 수주 절차에 대한 그의 개입 사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매티스 전 장관의 연설비서관을 지낸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책 《현상유지: 매티스 장관과 함께한 트럼프의 국방부 안에서》에서 2018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에게 전화해 아마존을 수주전에서 떨어뜨릴 것을 지시했다고 적었다. CNN은 현직 대통령이 민사소송에 증인으로 서게 된다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법원의 결정은 다음달께 나올 전망이다.

베이조스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때 비롯됐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016년 대선 캠페인 때 ‘트럼프 검증 취재팀’을 꾸려 각종 의혹을 보도했다. 또 대통령 취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비판적 기사를 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면 아마존은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취임한 뒤 수시로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은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우체국을 배달부로 악용하고 있다”고 공격해왔다.

미 언론은 베이조스에게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력 남용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대통령에겐 행정부처에 사업 재검토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베이조스는 배수진을 쳤다. 2018년 40%대를 이어오던 AWS의 분기 매출 증가율은 작년부터 30% 초반으로 떨어져 성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규모가 큰 정부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기대를 접기가 쉽지 않다. 워싱턴DC에 제2 본사를 짓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장 올 상반기 미 중앙정보국(CIA)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C2E’를 입찰에 부칠 예정이다. CNBC는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물러설 경우 향후 정부 클라우드 사업 입찰에서 아예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