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봉쇄 전 방일 중국인 관광객 통해 전파 가능성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을 방문하거나 중국인 감염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의 발병 사례가 잇따르면서 방역 대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6일 첫 국내 감염자가 발생한 뒤 공항과 항만을 통해 코로나19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데 방역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

일본 당국은 이런 방역대책에 따라 지난 3일 밤 요코하마(橫浜)항에 들어온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선자들을 내리지 못하게 한 채 검역작업을 벌여 집단감염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일본서 '코로나19 유행 전제' 방역대책 전환 목소리
이 같은 상황에서 수도권인 가나가와(神奈川)현에 거주하는 80대 일본인 여성이 일본 내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13일 판명됐다.

또 이 여성의 사위가 함께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달 22일 몸 상태가 나빠져 이달 1일 폐렴 진단을 받아 입원한 이 여성은 해외를 여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70대인 사위는 발병 전 14일 이내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선 코로나19에 걸린 50대 의사를 매개로 한 감염 의심 사례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최근 다녀온 적이 없는 사람 가운데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정확한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지만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여행을 금지한 지난달 25일 이전 일본으로 들어온 감염자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1위는 중국인이 차지했고, 가나가와현은 청동대불로 유명한 가마쿠라(鎌倉) 등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산재한 곳이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감염된 중국인이 병원균의 잠복 상태에서 적지 않게 일본을 방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무력화됐을 수 있는 감염원 유입 봉쇄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유행을 전제로 한 환자 대응 태세로 방역대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서 '코로나19 유행 전제' 방역대책 전환 목소리
하마다 아쓰오 도쿄의과대 교수는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감염력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강해 보인다"며 "바이러스가 다양한 루트로 중국에서 유입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온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감염자가 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가 유행 단계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이제는 다수의 환자를 어떻게 진료할지가 중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카하시 가즈로 국제의료복지대 교수(임상검사의학)도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국내로 병원균 유입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미즈기와'(水際) 대책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앞을 내다보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이 봉쇄되기 전에 일본으로 온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면서 그들을 통해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인지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치사율은 3% 이상으로 높지만 우한이 있는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중국 본토에선 0.5% 정도"라며 코로나19가 일본에 유입된 것을 전제로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중증 환자 위주로 대응하는 진료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東北)대 교수(바이러스학)는 "일정 수의 감염자가 생기면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지만 고령자라면 중증화하지 않더라도 사망할 수 있다"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본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지휘하고 있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유행해 만연한 상태가 아니라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