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디지털세·통상 등 갈등 속 정상회담 거푸 연기
미국·영국 불협화음…"영국총리 내달 방미계획 취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음 달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재차 연기하면서 미국의 대표적 우방인 영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올 초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존슨 총리가 또다시 방미 계획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존슨 총리의 미국 방문은 오는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까지 미뤄질 예정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존슨 총리가 해외 순방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국내 정치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무역 협상 차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하려는 계획도 함께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선은 존슨 총리의 결정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과 독자적인 무역협정 체결을 기대하는 미국과의 관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 단행 이후 영국과 자유롭게 새로운 대규모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반기며 올가을 미국 대선 전 협상 타결을 바라고 있다고 더선은 설명했다.

존슨 총리의 거듭된 방미 취소는 영국이 최근 여러 현안을 두고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불거져 주목된다.

영국 정부는 미국의 반대에도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일부 도입하기로 결정해 미국의 중국 배제 시도를 좌절시켰으며, 구글 등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은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호전적인 통상정책, 이란과의 거래를 좌우하는 이란핵합의를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영국에서 역주행 교통사고를 낸 뒤 면책특권을 내세워 귀국한 미국 외교관 부인을 인도해달라는 영국 정부의 요청을 미국 정부가 거절하면서 양국의 긴장이 높아진 적도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