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시절 떠올라, 끔찍"…"배석·기록은 대통령 도우려는 것" 반박도
'탄핵증언' 곤욕 치른 트럼프, '정상통화 배석 관행' 철폐 시사

의회의 탄핵 심판으로 곤욕을 치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을 참모들이 함께 듣고 기록하는 백악관의 오랜 관행을 없앨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그 관행을 완전히 끝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나 한국 등 각국 정상이 외국 정상과 통화할 때에는 국가안보실이나 상황실, 해당 이슈와 관련된 참모 등이 배석해 정상 간 통화를 기록하는 게 일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절차를 없애겠다고 한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최근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자신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자리에 배석한 참모가 의회에 불리한 증언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 우크라이나 최고 전문가였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최근 하원에서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와의 통화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심판이 무죄로 결론 난 뒤 그를 백악관에서 그의 쌍둥이 형제와 함께 쫓아내고 군사 징계위원회 회부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고든 손들런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역시 본국 소환돼 대사직을 박탈당했다.

'탄핵증언' 곤욕 치른 트럼프, '정상통화 배석 관행' 철폐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어두운'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다른 누구보다 닉슨을 떠올리며 그 암흑기가 우리나라에 어땠는지 그 테이프와 공포 쇼로 모든 게 어땠는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백악관에 걸려 있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옆을 종종 지나간다면서 "닉슨의 초상화는 다른 대통령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는 좀 다르다"며 "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완전히 당파적인 이유로 탄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정상 간 통화에 대한 공식기록 역할을 하는 일종의 '메모'를 하는데, 트럼프 집권 초기 멕시코 등 일부 국가 정상과의 통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메모의 배포를 엄중 단속해왔다고 AP는 전했다.

하지만 배석이나 기록물을 없애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부작용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상황실을 지휘했던 래리 파이퍼는 "(정상 간 통화 배석 및 기록이라는) 오랜 관행은 대통령을 돕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상 간 통화로 만들어진 어떤 합의도 추적하게 할 수 있고, 상대국의 부정확한 주장을 신속·정확하게 반박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행 중단은 대통령이 자기 발에 총을 쏘는 격"이라며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숨길 게 있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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