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는 러시아·터키…시리아 사태 두고 비난 공방
최근 서방 국가들의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밀착한 러시아와 터키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사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좀처럼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직접 겨냥한 발언을 내놨고, 러시아도 반박하고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집권당 행사에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를 거론하며 "이들립 휴전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의 무장세력이 계속해서 민간인을 노리고 있다"며 "이들은 시리아의 민간인을 터키 국경으로 밀어붙일 생각으로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립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에 맞서온 반군의 마지막 거점이다.

반군을 돕는 터키는 2018년 9월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들립 일대에서 휴전에 합의했으며, 양측의 휴전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이들립에 12곳의 감시 초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지난해 초 옛 알카에다 세력이 이들립 지역을 장악하자 이를 명분으로 공격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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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들립 휴전에 관한 푸틴 대통령과의 합의는 유효하지 않다"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다른 사람들이 심각하게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립 초소에 배치된 터키군에 위협이 되는 "모든 군용기를 격추하겠다"면서 "이들립의 민간인에게 폭격을 가한 군용기는 더이상 자유롭게 비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북서부의 제공권은 흐메이밈 기지에 배치된 러시아 전투기들이 장악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AFP 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를 직접 비난한 것은 2015년 11월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이후 매우 드문 경우"라고 전했다.

당시 양국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이듬해 발생한 터키 군부의 쿠데타를 계기로 양국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쿠데타가 발생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조종사 2명을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터키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터키는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투르크 스트림' 가스관 건설,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공격 등에서 러시아와 긴밀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와 반군에 대한 입장 차이로 양국의 공조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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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터키가 반군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사실상 테러리스트를 감싸고 있다고 비판한다.

현재 시리아 반군의 주축을 이루는 하야트 타흐리흐 알샴(HTS)은 옛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에 뿌리를 둔 무장조직이다.

시리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무장조직이 반군 지역으로 흘러들어온 탓에 극단주의 성향의 무장조직원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을 공격했을 당시 쿠르드자치정부 측은 터키가 앞장세운 시리아 반군 중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터키의 비판에 대해 "우리는 터키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이들립 사태와 관련해 터키의 동료들은 온건한 반군과 테러리스트를 구분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으며,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키는 테러 조직을 무력화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 관계자들은 이들립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주말까지 2차례 회담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며칠 내로 터키 대표단이 모스크바에 갈 것"이라며 "러시아와 계속 협력하면서 휴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끝없는 협상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시리아 정부군이 터키군을 공격할 경우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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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