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와 분단'이 이젠 무시할 수 없는 공통의 주제가 돼"

일본의 유력 일간지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3일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극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마이니치는 '미국적 가치관을 움직였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봉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에 선정됐다면서 "변화의 물결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설은 할리우드 대작을 선호해온 92년의 아카데미 역사에서 영어 대사가 아닌 작품이 작품상 영예를 누린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놀랄만한 이야기 전개 구조를 갖춘 '기생충'이 격차의 확대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도 '블랙코미디'로 오락성까지 겸비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미국에서 자막의 장벽이 높았지만 3곳으로 출발한 상영관이 1천 곳을 넘어설 정도로 외국어 영화로는 대히트를 기록했다며 미국인 관객을 끌어들인 것은 작품의 재미와 더불어 강렬한 메시지가 보편적인 내용으로 마음을 파고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생충, 미국적 가치관을 움직였다"
사설은 영화 무대가 현재의 한국이지만 영화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인 '격차와 분단'은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도 안고 있는 고통이라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번영이나 꿈 같은 미국적 가치관의 구현을 상징하는 상이 한국의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영화에 돌아간 것은 '격차와 분단'이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공통의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이 사설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일본 영화업계와 그런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일본 관객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듯한 목소리도 냈다.

사설은 최근 들어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메시지 성이 강한 영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작품이 흥행하는 일본에선 사회성 높은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기생충의 쾌거는 일본 영화계의 등을 밀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1월 일본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현재 일본 전역의 약 200곳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