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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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600조엔(약 6457조원)달성을 주요 경제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이듬해 GDP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 위해 GDP 산출 방법을 바꾸는 ‘꼼수’까지 동원하면서 2020년이면 일본의 GDP가 600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장밋빛 청사진’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자연스럽게 일본 정부가 제시한 GDP600조원 달성 시기도 2021년, 2022년, 2023년식으로 계속 늦춰졌습니다. 아베 정권의 경제 공약이 사실상 ‘공수표’로 드러났다는 지적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17일 발표할 예정인 2019년 명목 GDP통계는 550조엔대가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의 GDP목표치에는 여전히 40조엔(약 430조원)이상 모자란 것입니다. 일본 내각부는 GDP600조엔 달성 시기에 대해 “실현은 3년 후에”라는 표현을 매번 GDP통계 발표 때마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4년 반 전에 내걸었던 일본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가 몇 년 안에는 달성 불가능한 상황인 것입니다.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는 ‘그림의 떡’이 됐고, 시장에서 생명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아베 정부는 ‘강력한 경제’를 상징하는 GDP 목표 발표 이후 GDP증가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16년에는 연구개발비를 GDP에 포함하는 등 GDP를 손쉽게 부풀리는 꼼수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로 중요시되는 연구개발비를 설비투자에 반영토록 했고 탱크나 함정 등 무기 구매비를 교량이나 도로처럼 공공투자에 편입토록 한 것입니다. 당시 GDP 산출 방법 변경으로 일본의 GDP규모가 단숨에 30조엔(약 322조원)이나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2017년 1월에는 당초 2021년이면 가능한 GDP600조엔 달성 시기가 2020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제 일본의 경제 성적표는 ‘목표 달성’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는 중기적으로 GDP증가율이 실질GDP의 경우 2%, 명목GDP는 3%넘게 성장할 것으로 상정해 목표 달성시기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산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졌다는 지적입니다. 2018년 일본의 잠재 성장률이 1%정도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해가 갈수록 목표치와 실제 달성치간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연스럽게 2018년 이후 일본 정부가 내건 공식 목표달성 시기도 2021년, 2022년, 2023년식으로 늦춰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등 해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일본 경제의 발길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공유경제의 확산이나 디지털·온라인 경제의 성장으로 기존 GDP에 잡히지 않는 경제 영역이 증가한 점도 GDP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GDP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GDP목표를 제시하는 게 구시대적”이라는 목소리도 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로는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지 GDP규모를 제시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지적입니다. 주요 국가 중에선 중국 정도만 2020년에 2010년 대비 실질 GDP를 두 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을 따름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주장은 자연스럽게 아베 정부에 ‘퇴로’를 열어주려는 의도로도 보입니다.

목표를 높게 상정하는 것을 나쁜 일,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목표가 현실에 근거하지 않고 낙관적 기대에 기반해 제시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가 향후 정부의 행동을 압박하고, 구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명확한 목표제시, 국민의 힘을 북돋는 목표 제시와 당장의 현실을 눈감게 하는 목표 제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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