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극적인 ‘일본 탈출’로 주목받았던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일대기가 영화로 나올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NHK 등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자신의 인생 주요 부분을 영화화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기획자인 마이클 오비츠와 계약을 맺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오비츠는 디즈니 사장을 지낸 인물로, 영화화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작업 등을 도울 예정이다.

곤 전 회장은 명예 회복을 위해 일본 도쿄지검에 의한 갑작스러운 체포, 극적인 일본 탈출 과정 등을 포함한 생애 주요 시점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새로운 콘텐츠에 목마른 영화 제작사들에 곤 전 회장의 탈출기가 매우 매력적인 소재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곤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도쿄 자택에서 사실상 가택연금 생활을 하던 시기에 할리우드 제작자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그가 전한 영화의 주제는 ‘구원’에 관한 것이었으며, 일본 사법체계를 악당으로 묘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말 경영 위기를 겪고 있던 닛산자동차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곤 전 회장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한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세계 2위 자동차 그룹으로 올려놨다. 하지만 그는 임원 보수 축소 신고와 배임 등의 혐의로 2018년 11월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체포된 뒤 구속과 석방을 반복하며 닛산자동차의 일본인 경영자들과 법적 분쟁을 이어갔다.

도쿄지법의 보석 조치로 도쿄 자택에 머물던 중 지난해 말 일본을 탈출한 뒤 레바논에서 모습을 드러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탈출 당시 곤 전 회장은 악기 상자에 몸을 숨겨 공항의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