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피살 되새겨 '여객기 격추' 악재 분위기 반전 시도
이란 대통령 연설 때 보수 시민들 '야유'
[르포] 이란 이슬람혁명 기념식…"솔레이마니는 불멸"

11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혁명 41주년 기념식에서는 예년과 다른 구호를 들을 수 있었다.

친미 팔레비 왕정을 퇴출하고 신정일치의 이슬람법학자 통치가 들어선 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념해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참여한 시민들이 마치 저절로 외우는 주문처럼 "마르그 발르 움메리카"(미국에 죽음을)라고 외친다.

그렇지만 이날만은 이슬람혁명의 성공을 축하하기보다 지난달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기억하고 추앙하는 행사처럼 보였다.

이들은 "순교자 솔레이마니는 불멸이다",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그의 혼을 따르자"라는 구호가 더 많이 들렸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사령관이었던 솔레이마니는 지난달 3일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한 뒤 미군의 공습에 폭사했다.

이슬람 시아파는 사람이 죽고 40일 뒤 추모의식을 치르는 데 마침 이날이 그가 사망한 지 40일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슬람혁명 기념일은 이란 국민에 '기쁜 날'임에도 장례식이나 추모행사에서 부르는 '노헤'(장송곡)가 울려 퍼졌다.

[르포] 이란 이슬람혁명 기념식…"솔레이마니는 불멸"

이란 정부는 미국에 의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비극적 죽음을 이날 행사에서 극대화해 지난달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희석하려는 듯했다.

한 국가의 정규군 장성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미국이 암살하자 이란 내부와 중동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미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다.

이란과 이라크는 미군이 이라크 영토 안에서 마음대로 군사작전을 한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렇게 미국과 첨예하게 대결하는 이란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싶었지만 닷새 뒤 이란 혁명수비대가 테헤란 공항을 막 이륙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 악재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암살 사건은 순식간에 희석되고 말았다.

이날 중앙무대의 단상에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그와 함께 폭사한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이 손을 잡은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이 세워져 행사의 목적을 짐작케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라크에서도 국가안보보좌관, 내무장관, 군 참모총장 등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하시드 팔레 파이야드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바그다드 공항에서 '승리의 사령관들'(솔레이마니, 알무한디스)에 대해 거대한 범죄가 저질러졌다"라며 "비인도적인 이 범죄는 우리의 주권과 국방을 침범했다"라고 연설했다.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은 41년 전(이슬람혁명 이전)으로 우리를 되돌리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외교와 저항이 적에 맞서는 양대 축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순교자 솔레이마니는 전장의 장군이자 노련한 외교관이기도 했다"라며 "전쟁이 아닌 안정과 평화를 중동에 선사하려 한 그는 전쟁터가 아닌 이라크 총리와 대화하러 가다가 순교했다"라고 연설했다.

그는 그러나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다.

온건·개혁파의 지지를 받는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 제재의 부당함과 이달 21일 총선 참여 등을 역설했지만 연설하는 내내 중앙 무대에 가깝게 자리잡은 청중은 야유 소리와 함께 "협상 반대", "부끄럽다"라고 외쳤다.

이슬람혁명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 대부분이 강경한 보수 성향이기 때문이다.

[르포] 이란 이슬람혁명 기념식…"솔레이마니는 불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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