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당이 '킹메이커'된 튀링겐주 총리 선출 결과 후폭풍
'극우 전략'에 휘말린 독일 기민당 대표, '포스트 메르켈' 포기(종합)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 온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독민주당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직에 불출마하기로 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이날 베를린 기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올해 여름에 기민당 대표 겸 총리 후보 선출 과정을 진행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다만, 그는 국방장관직은 계속 수행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결정이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이런 결정은 최근 튀링겐주(州) 총리 선출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사실상 '킹메이커' 역할을 해 독일 사회를 뒤흔든 후 나왔다.

기민당은 친(親)기업성향으로 소수당인 자유민주당 소속 토마스 켐메리히가 AfD로부터 몰표를 얻어 예상을 뒤엎고 총리에 선출된 데 대해 책임론에 휩싸여왔다.

AfD의 도발적인 전략이 예상됐고, 기민당 지도부도 주의원들에게 경고를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기민당 주의원들이 비판의 대상이 됐을 뿐만 아니라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지도력 또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번 결과는 독일의 기성정당들이 2017년 9월 총선에서 연방하원에 진출한 AfD와의 협력을 공식적으로 거부해왔으나, 사실상 이번에 금기가 깨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더 컸다.

'극우 전략'에 휘말린 독일 기민당 대표, '포스트 메르켈' 포기(종합)
이에 메르켈 총리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타격을 입은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도 튀링겐주 선거의 재실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튀링겐주의 기민당은 이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총리 재선출에 무게를 두면서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지도력은 더욱 상처를 받았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자를란트주 총리를 지내다 2018년 초 메르켈 총리에 의해 기민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미니 메르켈'로 불리며 사실상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은 끝에 같은 해 12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초반 메르켈 총리와 각을 세우던 당내 우파를 끌어안는 모습 등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나, 이후 급속이 대중의 지지를 잃어갔다.

기민당이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작센주(州), 브란덴부르크주, 튀링겐주 선거에서 이전 선거보다 지지율이 급감하면서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지난해 11월 당이 지지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애초 장관으로 입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해 7월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국방장관직을 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