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감세 연장, 복지 삭감’ 구상을 담은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예산안을 10일(현지시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0년 더 감세 연장·복지 축소"…재집권 청사진 나왔다
2025년 만료 예정인 개인소득세 감세 혜택을 2035년까지 연장해 10년간 총 1조4000억달러의 추가 감세 혜택을 주고 복지 지출은 10년간 2조달러가량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이 같은 구상에 반대하고 있어 의회 통과 가능성보다는 대선을 겨냥한 재집권 청사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2021 회계연도 예산안에 개인소득세 감면 만료 시점을 2025년에서 203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고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9일 보도했다. 이로 인한 감세 효과는 10년간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감세 2.0’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감면을 핵심으로 하는 감세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개인소득세는 최고세율을 39.6%에서 37.0%로 낮추고 과세 구간을 조정해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었다. 법인세도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낮아지는 등 대폭 인하됐다.

이 같은 감세 정책은 이듬해 미국이 3.0%에 육박(2.9%)하는 성장세를 기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 후반인 점을 고려하면 고성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첫 감세 정책인 ‘감세 1.0’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감세 혜택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는 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감세 2.0’을 꺼내든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예산안의 또 다른 특징은 복지 삭감이다. CNBC는 “백악관이 예산안에서 향후 10년간 지출을 4조4000억달러 줄이겠다는 계획을 담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중 절반가량은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저소득층 영양·주택 지원, 학생 부채 탕감 등 복지 지출(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삭감이라고 전했다.

경제 흐름에 대해선 올해 3.0% 성장을 포함해 10년간 이 수준(3.0%)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조달러에 육박한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10년 내 2600억달러가량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의회예산국(CBO)이 예상한 10년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1.7%에 불과하다.

2021 회계연도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책정한 총예산은 4조8000억달러다. 이 중 해외 원조는 전년 대비 21% 삭감돼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했다. 비(非)국방 지출은 5% 삭감됐고 국방예산은 0.3% 증액돼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예산안은 상·하원이 합의해야 하는데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야무스 하원 예산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에 대해 “파괴적이고 비합리적”이라며 “백만장자와 부자 기업을 위한 감세를 연장하면서 (평범한) 미국인들이 간신히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복지 혜택들을 겨냥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예산안 저지를 위해 모든 걸 하겠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예산안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의 재정정책 목표를 드러냈다”며 “트럼프의 대선 운동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