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독재자 이미지에 평화 누리던 시절 기억 오버랩

수만 명의 케냐인이 지난 4일 95세로 타계한 다니엘 아랍 모이 전(前) 대통령의 시신을 보기 위해 이틀째 모여들었다고 AFP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이는 지난 1978년부터 2002년까지 24년간 케냐를 철권통치한 인물이다.

케냐 정부가 지난 8일부터 3일간 의회 의사당 건물에서 고인의 시신을 일반에 공개하는 가운데 외교사절, 군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녹색 벨벳 단상 위에 검은 양복을 입고 누워있는 모이의 시신에 예를 표하고 있다.

그의 재임 기간, 부패가 만연하고 종족 갈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동아프리카가 잦은 분쟁에 신음할 때 많은 케냐인은 비교적 평화로운 시절을 지내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날 나이로비에서 50Km 떨어진 티카에서 두 자녀와 함께 의사당을 찾은 막달린 은조키는 AFP에 "훌륭한 지도자"라며 재임 기간 학교에 무료로 우유를 제공한 고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날 의사당을 찾은 저스틴 오켈로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움이 몰려온다고 밝혔다.

그는 "모이의 시신이 저기 누워있다니 믿을 수 없다.

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이가 꼼짝하지 않고 저기 잠들어 있다"고 말했다.

공직에서 퇴임한 닉슨 인데체는 "마지막으로 그의 시신을 보러왔다"며 "그는 많은 사람을 재판 없이 구금하고 우리의 경제를 망가뜨렸다.

하지만 대중에게 용서를 구했으므로 과거의 일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를 위해 이날 인근국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모인 각국 정상들과 대표단은 짧은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걸출한 아들 중 한명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전날 고인의 시신에 묵념하고서 "우리나라의 아버지, 범아프리카의 옹호자"라고 추켜세웠다.

케냐 관리들은 시신을 일반에 공개한 첫날 약 2만5천명이 의사당을 찾았다며 이날은 시간을 더 늘려 더욱더 많은 시민이 의사당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인은 오는 12일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220Km 떨어진 고향마을 카바락(Kabarak)에 안장될 예정이다.

케냐 국민 수만 명, 모이 前 대통령 시신 보러 의사당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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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