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이자 세계 3위 철강회사인 일본제철이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4조7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한 데다 한국, 중국 등의 업체와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3' 일본제철, 사상 최대 4.7조원 적자…용광로 4기 없앤다
일본제철은 부랴부랴 일본 내 15기의 고로(高爐, 용광로) 중 4기를 폐쇄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글로벌 철강산업 환경이 전례 없이 급변하고 있어 효과를 낼지 불투명하다.

9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2019회계연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제철은 지난 7일 2019회계연도 3분기(2019년 10~12월) 실적 발표에서 2019년 연결회계 기준 최종 이익이 4400억엔(약 4조7835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일본제철이 1934년 출범한 이래 가장 크다.

지난해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4% 감소한 5조9000억엔(약 64조143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제철은 당초 2019년에 400억엔(약 4348억원)가량의 연간 흑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실적은 급전직하했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3분기(4~12월)까지 누적으로 3573억엔(약 3조884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2066억엔(약 2조2460억원) 흑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실적 악화다.

일본제철의 실적이 이처럼 추락한 것은 글로벌 강재 수요 둔화와 과잉 생산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강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 포스코, 중국 바오우강철 등 주요 철강사들과의 경쟁은 더 심해졌다.

위기에 몰린 일본제철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생산 시스템 효율화를 도모하고 나섰다. 히로시마현 구레제철소는 폐쇄 절차에 들어간다. 내년 9월까지 고로 2기를 폐쇄한 뒤 남은 생산시설도 2023년 9월 말까지 모두 정리키로 했다. 고로를 보유한 공장 폐쇄는 일본제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에 있는 공장의 고로 2기 가운데 1기도 2022년 9월까지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와카야마 공장의 고로는 가동을 시작한 지 10년밖에 안 된 사실상 새것이지만 경제성이 없다고 파악했다. 또 후쿠오카현 기타큐슈 야하타제철소 내 고로 2기 중 1기의 가동 중단 시기도 내년 3월 말에서 올해 9월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일본제철이 보유한 총 15기 고로 가운데 4기를 폐기하게 된다. 일본제철의 생산능력도 지금보다 15%나 줄어든다. 고로는 제철공정의 핵심 시설이지만 운영비용이 많이 든다.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회사 측이 비용 절감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제철은 나고야제철소의 후판 생산 라인을 2022년 하반기에 폐쇄하는 등 후공정 생산 라인에도 대대적으로 칼을 댈 계획이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일본제철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시장 전망 등을 고려할 때 회사의 생산능력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경쟁력을 갖춘 쪽으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조정이 결실을 볼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철강 생산의 50%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이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증산을 계속하고 있고, 일본제철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2018년 조강 1t당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포스코가 116달러, 바오우강철이 107달러인 데 비해 일본제철은 40달러에 그쳤다. 일본제철의 2018년 기준 조강 생산량은 4922만t으로 일본 최대이자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세계 1, 2위는 각각 아르셀로미탈과 바오우강철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