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속출에 승선자들 불안·불만 고조…"전원 검사 요구"
일본 내 감염자 총 90명…첫 감염자는 완치 판정받아 퇴원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감염자가 집단 발생해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격리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에 9일 500인분의 의약품을 추가로 공급한다.

NHK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크루즈선에 격리돼 있는 승선자들을 상대로 필요 의약품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된 약 500인분의 약을 제공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승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이 필요로 하는 약품은 애초 일본 내 허가 문제 등을 고려해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가 비슷한 효능이 있는 약품을 구해 지원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6일과 7일 수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각 78명과 69명분의 의약품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 해상 격리 크루즈선에  '500인분 의약품' 추가 공급
그러나 크루즈선 탑승객 중에는 당뇨병, 고혈압 등 지병을 가진 노약자들이 많아 약품과 노인용 기저귀 등의 부족을 호소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이 배에 탑승했던 80대 홍콩 남자가 지난 1일 신종코로나 환자로 확인돼 일본 당국의 엄격한 검역을 받고 있다.

이 배에는 요코하마항 귀항일 기준으로 일본인 1천281명과 한국인 승객·승무원 14명을 포함해 56개 국가와 지역의 승객 2천666명과 승무원 1천45명 등 총 3천711명이 타고 있었다.

일본 당국은 이들 중 최초 감염자인 홍콩인과 접촉하거나 발열, 기침 같은 증상을 보인 사람 등 279명의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 검사를 했고, 이 중 일본인 28명을 포함한 총 64명의 집단 감염을 확인했다.

승선자 중 건강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 추가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감염자는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일본 정부는 감염자와 건강이 크게 악화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승선자를 집단 감염이 처음 확인된 지난 5일을 기준으로 신종코로나 잠복 기간으로 알려진 14일간 선상 격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9일 현재 승객과 승무원 등 3천640여명은 오는 19일쯤 유람선에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심 환자를 중심으로 한 검사가 종료된 후 추가 환자가 발생하는 등 검역 체계 운용상의 허점도 드러나면서 선상에 격리된 승객들의 불안과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 해상 격리 크루즈선에  '500인분 의약품' 추가 공급
실제로 전날 감염자로 판명된 3명은 애초 검사 대상자로 분류된 263명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추후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승선자들은 선별 검사가 아닌 전원 검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당국은 한꺼번에 검사를 진행할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쿄신문은 크루즈선 승객들 사이에서는 밀폐된 공간이어서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보다도 감염이 더욱 확산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조속한 전원 검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배에 타고 있는 일본인 승객인 히라사와 야스토(64) 씨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전세기편으로 우한에서 데려온 일본인의 경우 전원이 검사를 받도록 한 점을 들면서 집단 감염 가능성이 한층 큰 크루즈선 탑승자들에 대해서도 전원이 검사를 받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히라사와 씨는 선내 대기기간이 14일이라고 하지만 추가 감염자가 계속 나오는 점을 들어 오는 19일쯤 배에서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 해상 격리 크루즈선에  '500인분 의약품' 추가 공급
한편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일본인 1명이 8일 추가 환자로 판명되면서 일본 내 신종코로나 감염자는 총 90명(크루즈선 탑승자 64명 포함)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일본 내 최초 감염자인 나라(奈良)현 거주 60세 남성은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

지난 1월 8~11일과 1월 12~16일 우한 출신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한 버스를 운전한 이 남성은 지난달 28일 감염이 확인돼 나라현 내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나라현 당국은 "완치 판정을 위한 검사에서 2차례 연속 음성으로 나와 후생노동성 기준을 충족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퇴원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이 운전기사와 접촉한 22명 중 감염 판정을 받은 가이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은 발병하지 않은 채 경과 관찰 기간이 지났다고 전했다.

교토(京都)시도 신종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 입원했던 20대 중국인 남성이 퇴원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