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역사적인 결정" 환영 vs 가톨릭계는 '사법독재' 반발
가톨릭국가 크로아티아서 "동성커플 양육권 인정" 헌재 결정

동유럽 발칸반도의 가톨릭 국가인 크로아티아에서 동성 커플의 자녀 양육권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AFP 통신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헌법재판소는 7일(현지시간) 동성 커플의 자녀 입양·양육권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앞서 2018년 입법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을 부른 양육법에서 아이를 입양할 자격이 부여되는 대상에 동성 커플이 제외되자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재는 "크로아티아 헌법은 동성 커플에게도 양부모로서 육아를 포함해 사회적 삶의 모든 측면에서 동등한 참여권을 보장한다"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전체 인구(약 420만명)의 90%가 가톨릭계인 크로아티아는 법적으론 여전히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2014년부터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평생 반려자' 등록 제도가 생겨 동성 커플도 입양·양육권을 제외하고 다른 일반 부부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평생 반려자'에 등록된 동성 커플은 약 360쌍이라고 한다.

헌재 결정에 성 소수자 인권단체와 종교계의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동성 부부 인권단체 '레인보우 패밀리'의 다니엘 마르티노비치는 "진정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헌재가 정치인도 수년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동성 커플을 비롯한 성 소수자도 이성 커플과 동등한 수준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적 보수 진영에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다.

'헌재 결정 자체가 위헌이다'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크로아티아에선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교회가 후원하는 종교단체를 이끄는 비체 바타렐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오늘 크로아티아의 민주주의는 정지됐다"라며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가족을 해체하는 반헌법적인 행태를 보이는 헌재의 사법 독재를 규탄한다"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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