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과 공산당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우한 폐렴' 사망자 500명 육박…흔들리는 시진핑 리더십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5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시·자치구에서 2만4324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49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3887명, 사망자는 65명 늘었다. 확진자 가운데 중증 환자가 3219명에 달해 이날 중 사망자 수가 500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발병지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새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확진자도 하루 새 3156명이 증가했다. 후베이성의 확진자는 1만6678명, 사망자는 479명이다.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하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이 적잖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한시 정부가 발병 초기에 사실을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했고 중앙정부도 적극 나서지 않아 병의 확산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우한시는 지난해 12월 12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손을 놓고 있다가 같은 달 31일 처음으로 확진자를 발표했고 지난달 20일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한시가 초기 대응을 하려고 해도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앙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이 공식적으로 우한 폐렴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 20일이었고, 강한 주문을 내놓은 것은 25일이었다.

국민의 불만이 커지자 시 주석은 지난달 27일 리커창 총리를 우한으로 보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다음날엔 중국을 방문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전염병 예방 통제를 처음부터 직접 지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금까지 우한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시를 받아야 움직이는 관료주의가 사태를 키운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시진핑 1인체제 강화로 관료들의 주도적인 대응이 힘들게 됐다는 점을 사태 확산의 요인으로 꼽는다.

우한 폐렴은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각국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고 중국으로의 여행을 금지하는 등 중국 봉쇄령을 내렸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분노는 우한시 당국과 중앙정부를 넘어 시 주석을 향하고 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 지키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검열 당국은 우한의 지도부를 향한 시민들의 비판은 허용하면서도 시 주석을 직접 겨냥한 언급은 전부 차단하고 있다. 시 주석 대신 리 총리가 ‘중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영도소조(태스크포스)’ 조장을 맡아 대응 작업을 지휘하는 것도 시 주석을 책임론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한 폐렴' 사망자 500명 육박…흔들리는 시진핑 리더십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