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 여파로 홍콩 경제가 지난해 1.2%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마이너스 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3일 홍콩 정부는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2%(속보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우한 폐렴 겹쳐 올해가 더 걱정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해 4분기의 전 분기 대비 GDP 증가율은 -0.4%였다. 지난해 2분기(-0.4%)와 3분기(-3.0%)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GDP 증가율이 2개 분기 이상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 침체 상태로 본다.

홍콩 정부는 “지역 사회에서 폭력적인 시위 사태 등이 발생한 데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대규모 민주화 시위 여파로 민간 소비와 여행객이 감소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홍콩의 민간 소비지출은 지난해 1.1% 줄었다. 민간 소비지출은 홍콩 GDP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설비·건설투자는 무려 1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경제에 여러 악재가 겹쳤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이 크게 줄면서 홍콩 경기가 위축됐고, 하반기에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까지 발생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홍콩 경기가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때문이다. 레이먼드 영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우한 폐렴 사태로 홍콩 경기가 올 1분기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