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민주당 아이오와주 코커스(경선)가 대혼란에 빠졌다. 3일 오후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4일 오전 10시) 예정대로 투표가 시작됐지만 평소와 달리 이날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1678개 선거구 중 단 한 곳에서도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4일 이후로 개표 발표가 늦어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CNN은 “누가 이길지 누가 질지 모르게 됐다”며 “역사적 (개표)실패”라고 전했다.
< 개표 상황 모른채 개표 방송 > MSNBC 뉴스 진행자가 3일(현지시간) 민주당 아이오와주 코커스(경선)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경선 주자들의 득표율이 ‘0%’로 표시돼 있다.  /MSNBC 캡처
< 개표 상황 모른채 개표 방송 > MSNBC 뉴스 진행자가 3일(현지시간) 민주당 아이오와주 코커스(경선)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경선 주자들의 득표율이 ‘0%’로 표시돼 있다. /MSNBC 캡처
보통 코커스 절차엔 1시간가량이 걸리고 이후 곧바로 개표가 시작된다. 때문에 밤 8시부터 개표 상황이 조금씩 전해지고 밤 12시 전엔 결과가 거의 확정된다. 2016년 아이오와주 코커스 때도 4시간쯤 지났을 때 95% 이상의 개표가 완료됐다. 하지만 이날은 밤늦게까지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깜깜이’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모여 결과를 기다리던 코커스 참석자 사이에 ‘경선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술렁임이 일었다. 밤늦게 TV를 보며 결과를 기다리던 시청자들과 방송 진행자들도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선 ‘이번 코커스에서 처음 도입된 위성 코커스 때문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위성 코커스는 해외나 외지에 거주하는 당원이 다른 지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부재자 투표’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새 시스템 때문에 집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다.

민주당이 무소속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결과 발표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왔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1위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각 후보 캠프도 아이오와주 민주당에 상황을 문의하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보다 못한 대선주자들은 개표 결과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밤 11시를 전후해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찾아가 연설을 해야 했다. 민주당은 이날 밤 11시30분께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집계와 관련해) 세 가지 유형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집계 과정에서 공표 대상 항목 간 수치가 맞지 않아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코커스를 △1순위 투표 결과 △1순위와 2순위 투표 합산 결과 △후보별 할당 대의원 수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세 항목의 수치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순위 투표에서 15% 미만을 득표한 후보를 지지한 당원의 경우 15%를 넘은 다른 후보를 2순위로 지지하도록 한 뒤 이 결과까지 합산해 득표율을 산정한다.

민주당은 “(결과 집계에 필요한) 앱은 다운되지 않았고 해킹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며 “자료와 서류는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고, 단지 결과를 추가로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코커스를 망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선거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CNN에 “코커스 결과가 화요일(4일)에 발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4일쯤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모인(아이오와주)=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