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와스라야 사태 구속된 '베니'에 신용대출금·결제미수금 물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교민 474명의 보험금 약 500억원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데 이어 한국 증권사 5곳도 '인도네시아 큰 손' 때문에 607억원이 묶인 사실이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큰손' 유동성 위기로 韓증권사들 607억원 묶여(종합)

4일 새로운보수당 지상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벌 베니 조크로사푸트로(50) 핸슨 인터내셔널 회장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한국 증권사 5곳의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총 607억9천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의 신용대출금·결제미수금이 510억8천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 한국투자증권 53억3천만원 ▲ 신한금융투자 38억9천만원 ▲ 미래에셋대우 2억5천만원 ▲ 키움증권 2억3천만원 순이다.

'인도네시아 큰손' 유동성 위기로 韓증권사들 607억원 묶여(종합)

베니 회장은 2018년 포브스지가 발표한 인도네시아 부자 50명 가운데 43위에 오른 인물이다.

당시 자산은 6억7천만 달러(8천억원)로 추산됐다.

베니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것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작년 10월 31일 '레포거래'로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라고 명령하면서다.

베니 회장은 그동안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면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뒤 회사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였다.

금융감독청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관행적으로 해왔던 이런 방식의 거래에 대해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회사 자금으로 쓰는 행위는 은행만 할 수 있다'고 해석, 은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NH투자증권 측 설명에 대해 미래에셋대우는 "금융감독청이 레포거래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고, 핸슨인터내셔널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집한 것이 문제라고 한 것"이라며 "레포거래가 따로 문제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베니회장이 레포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판단되나, 이를 본인 혹은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회사 명의로 사들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청의 명령이 떨어지자 11월 초부터 베니 회장과 가족 소유 회사 주가가 줄줄이 폭락해 거래가 정지됐고,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관련 계좌들도 동결됐다.

'인도네시아 큰손' 유동성 위기로 韓증권사들 607억원 묶여(종합)

베니 회사 주식 가격이 인도네시아 거래소 최저가인 주당 50루피아로 떨어졌기에 투자자 손실액이 총 9조9천100억 루피아(8천631억원)에 이른 것으로 현지 매체는 추정했다.

더구나 베니 회장은 '레포거래'를 하면서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다수의 증권사를 통해 자기 회사 주식을 신용거래와 미수거래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증권사 5곳은 베니 회장·가족에게 신용거래, 미수거래를 통해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물린 것이다.

현지 진출 한국 증권사 관계자는 "베니 회장이 국내 정치 스캔들에 얽혀 조사를 받다 '레포거래'가 문제가 됐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신용거래, 미수 거래까지 연쇄적으로 엮였다"며 "베니 회장이 전에는 증권시장 큰 손이었기에 경쟁적으로 거래를 유치하려고 노력했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큰손' 유동성 위기로 韓증권사들 607억원 묶여(종합)

한국 증권사들은 베니 회장의 주식과 부동산을 담보로 확보했다며 시간이 걸릴 뿐 손해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NH투자증권은 595억9천여만원의 주식 담보를 확보하고, 부동산을 추가 담보로 받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증권도 49억원 상당 주식 담보와 47억원 상당 토지 담보를 확보하는 등 5개 한국 증권사가 확보한 담보금액은 807억7천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현지 금융 관계자는 "한국 증권사들이 담보로 확보한 베니의 주식을 거래정지가 풀린 뒤 처분하려고 나서도 다들 '팔자'고 몰리는 등 어느 가격선에서 거래가 될지 모르겠고, 부동산 담보의 경우 경매로 매각하기까지 인도네시아 특성상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큰손' 유동성 위기로 韓증권사들 607억원 묶여(종합)

심지어 베니 회장은 지난달 14일 '지와스라야 보험 사태'와 관련해 5명의 피의자 중 한 명으로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영보험사인 지와스라야는 부실투자와 방만한 경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아 2018년 10월 6일부터 보험금 이자는 물론 원금 지급 정지를 선언했다.

피해자 가운데 KEB하나은행 인니법인에서 지와스라야 고이율 저축성보험에 가입한 한국인이 474명이고, 피해 금액은 이달 기준 5천740억 루피아(500억원)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검찰은 지와스라야가 베니 회장의 회사와 주식 등 위험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해를 봤다며 뒷거래 여부에 초점을 맞춰 부패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베니 회장은 "지와스라야에 수십명의 투자 담당자가 있고, 손실을 본 투자도 수십, 수백 가지인데 왜 모두 체포하지 않느냐"며 정부가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고 항변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큰손' 유동성 위기로 韓증권사들 607억원 묶여(종합)

현재 지와스라야 사태 피해 한국인들은 하나은행이 불완전판매책임을 지고 지와스라야 대신 보험금을 먼저 내주길 요구하는 한편 지와스라야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이다.

지상욱 의원도 "우리 교민은 하나은행을 믿고 돈을 맡겼으니 하나은행이 먼저 책임을 지라"고 수차례 국회에서 촉구했다.

한국 증권사들은 베니 회장이 속히 석방돼 유동성 문제가 풀리길 기대하고 있고, 한국의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이 증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한국 교민들은 "지와스라야에 묶인 돈을 받아내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하는데, 이제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증권사들까지 수백 억원이 물렸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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