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부 "너무 늦고 적다"…스위스 대사 '시혜적 태도' 비판도
스위스 개설 '인도적 통로'로 이란에 약품 첫 수입
이란에 약품,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 스위스 정부가 미국의 승인을 받아 개설한 '스위스인도적교역절차'(SHTA)를 통한 거래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주이란 스위스 대사관은 2일 "오늘 장기이식 관련 의약품 18만 팩이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공항에 도착했다.

이는 SHTA를 시험해보는 거래다.

SHTA를 통해 이란 환자에게 이 의약품이 확실히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SHTA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의약·의료, 식품 관련 업체와 무역 업체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고 그 대금을 스위스의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이란과 인도적 물품을 거래하는 통로다.

이날 이란에 도착한 의약품은 255만 달러(약 30억원)어치로 스위스 BCP 은행과 제약사 노바티스가 참여했다.

인도적 물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적용되지 않아 외국 회사가 이란으로 수출해도 되지만 금융 제재 탓에 대금 회수가 어려워 교역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 이란 내 거래처가 대금 지급을 위해 신용장을 받을 수 있는 이란 내 주요 은행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도 해 정상적인 수출 대금 결제가 대부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이란에서 일부 약품이 부족해 환자와 의료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란과 인도적 물품을 거래하는 대신 미 재무부에 상세 명세를 보고하기로 했다.

마르쿠스 라이트너 주이란 스위스대사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에 도착한 스위스의 의약품 상자를 손수 개봉하면서 자국의 노력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란 외무부는 3일 "우리는 이른바 '인도적 채널'이라는 그런 거래를 알지 못한다"라며 "의약품과 식량은 처음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었는데도 그들은 지금 그런 채널을 새로 만들었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줄이려는 모든 노력을 환영하나 스위스가 구상한 SHTA는 너무 늦고 너무 적다"라며 "스위스 정부의 노고에 감사하나 이것을 미국이 보내는 선의의 신호로 보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라이트너 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상자 개봉식'을 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란계 미국인 언론인인 네가르 모르타자비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스위스 대사가 마치 인도적 선물을 주는 양 의약품 상자를 공개한 데 대해 이란인이 화가 났다.

이 의약품은 이란이 '구매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3일 "이번 거래에 참여한 스위스 회사는 물품을 수출한 대금을 받은 것이다"라며 스위스 대사의 시혜적 태도를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