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앨버트박물관 "반환물품 전시 장소가 정식박물관 아니라 못 돌려줘"

영국의 한 박물관이 19세기 캐나다 원주민 부족장의 유물을 돌려달라는 캐나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영국이 소유한 해외 유물의 본토 반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800년대 캐나다 원주민 종족인 블랙풋 부족을 다스린 전설적인 지도자 '크로풋'(Crowfoot) 추장의 유물 반환을 지지하는 이들은 영국 엑서터에 있는 로열 앨버트 기념박물관(RAMM)이 블랙풋 추장의 예복을 포함, 소장 중인 유물을 돌려달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크로풋 추장은 1877년 영국연방과 원주민 사이의 조약을 체결한 인물로, RAMM은 조약 서명자 중 한명인 영국 출신의 캐나다 기마경찰 세실 데니의 가족으로부터 1904년 크로풋 추장의 물건을 10파운드(한화 약 1만5천700원)에 사들였다.

RAMM이 소장한 크로풋 추장의 유물로는 사슴 가죽 셔츠와 레깅스부터 곰 발톱이 달린 목걸이 등 다양하다.

영국 박물관, 캐나다 원주민 유물 반환 거부해 논란
캐나다는 2008년부터 유물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제이슨 케니 앨버타 주지사가 유물 반환을 위한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케니 주지사는 영국 담당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반환을 촉구하면서 성사되면 캐나다의 원주민들이 이를 화해를 위한 훌륭한 행동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RAMM 관계자들은 케니 주지사의 서한이 "영국에서 우리가 어떻게 운영할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은 반환을 거절한 이유 중 하나로 캐나다가 이 유물을 정식 박물관이 아닌 곳에 전시하려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캐나다는 크로풋 추장의 묘소 근처에 블랙풋 부족이 운영하는 문화·교육센터를 짓고 이곳에 반환받은 크로풋 추장의 유품을 전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시설이 인가받은 박물관이 아니라는 것이 RAMM의 주장이다.

블랙풋 크로싱 역사공원(BCHP)의 총괄 관리인인 스티븐 옐로 올드 우먼은 "반환 노력이 20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RAMM 외에도 영국 박물관 상당수가 과거 영국 군대가 약탈해 가져온 문화재 반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리스는 대영박물관을 상대로 그리스 판테온 신전의 대리석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며 지브롤터는 네안데르탈인의 유해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