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막판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샌더스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그동안 ‘대세론’을 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치열한 1,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대권주자 싸움이 ‘바이든과 샌더스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1일 방문한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의 샌더스 유세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다. 진보 성향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지지연설자로 나와 “최근 아이오와주와 (두 번째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주에 이어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1위에 올랐다”고 하자 지지자들은 “버니! 버니!”를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이 많아 보였다. 유세장에 자원봉사자로 나온 딜런 힐리어는 “버니야말로 진짜 정직한 후보”라며 “2016년 경선 땐 힐러리(클린턴)를 찍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시더래피즈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아이오와주의 주도 디모인에서 만난 70대 여성 샌디 이스터도 “샌더스야말로 서민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워런(상원의원)은 똑똑하지만 기득권이고, 바이든은 부패했다”고 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아이오와 여론조사에서 25%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18%)이었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17%로 3위에 그쳤다. 26일 공개된 NBC방송의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1위, 부티지지 2위, 바이든 3위’ 구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 ‘샌더스 대세론’을 말하긴 이르다. 전국 단위 조사에선 여전히 바이든이 1위를 달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이후 경선 지역에선 전반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 민주당 대의원(4750명) 중 아이오와주에 걸린 민주당 대의원 숫자는 41명으로 1%가 채 안 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CNN에 출연, “아이오와주는 예전만큼 중요한 지역이 아니다”며 아이오와주 선거전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피말리는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느긋하다. 공화당도 아이오와주 경선을 치르지만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외엔 존재감 있는 후보가 없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 골프를 치는 사진을 올리며 “오늘 아침 약간의 운동을 했다”고 여유를 보였다.

디모인·시더래피즈(아이오와주)=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