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오가는 민간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이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31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이 중국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항공사 가운데 본토에서 중국을 오가는 정기 직항노선을 운항하는 곳은 이들 세 곳뿐이다.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하늘길이 막힌 셈이다.

델타항공은 이날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4월 30일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발 중국행 항공기는 이달 3일, 중국발 미국행 항공기는 5일이 마지막 운항이다. 델타항공은 앞서 운항 항공편을 절반으로 줄이는 조치를 실행했지만 미 국무부가 최고 수준의 여행경보를 발령하면서 이같이 조치했다.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도 3월 27일까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전면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베이징과 상하이로 가는 항공편에 대해서만 예정했지만 중국 전체로 확대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또한 6일부터 3월 28일까지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다만 이들 두 항공사의 홍콩행 항공기 운항은 계속된다.

이날 미 국무부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최근 2주 동안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일반 교통편을 통해 중국 출국을 고려하고, 중국 출장 공무원들의 경우 필수적인 업무가 아니면 연기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유럽에선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와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항공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중국으로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감축한 상태다.

중동도 예외는 아니다. 이란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을 운항하는 민간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육로와 해로를 통해 중국에서 이란으로 입국하는 건 가능하지만 대부분 항공편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제한한 것이다. 이란 외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가 중국과 협력해 퇴치해야할 국제적 비극"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번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다.

중미에선 중국을 거친 이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과테말라는 중국에 체류했던 사람들에게 중국 출발 후 15일 동안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웃 나라인 엘살바도르도 마찬가지다. 엘살바도르는 전날부터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일시적인 조치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선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한폐렴' 여파에 하늘길 닫은 美…세계 곳곳 '입국금지' 조치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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