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들어서만 식민지 상태에서 독립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 20개국 이상이 수도를 옮겼다. 여기에 일본과 태국, 이집트 등 수도권 과밀 해결을 위해 수도 이전을 추진 중인 나라도 40여 개국에 달한다.
브라질, 내륙개발 위해 브라질리아로…나이지리아, 정치·인종 중립지대로
브라질은 수도 이전 사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다. 설탕 무역 의존도가 높았던 1763년까지 브라질 수도는 북부 살바도르였다. 200여 년 만인 1960년 리우데자네이루 등 해안가에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하고 내륙을 개발하기 위해 해발 1172m의 대초원에 새로 건설한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옮겼다.

나이지리아는 정치적·인종적 중립지대를 찾은 경우다. 1991년 사하라 이남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남부 해안 도시 라고스에서 국토 중앙부인 아부자로 수도를 이전했다. 1908년 멜버른이었던 수도를 라이벌 도시인 시드니와의 중간 지점인 캔버라로 옮긴 호주도 비슷한 사례다. 카자흐스탄은 1997년 수도를 알마티에서 북쪽으로 1200㎞ 떨어진 아스타나(지난해 3월 누르술탄으로 개명)로 옮겼다.

파키스탄은 인도에 빼앗긴 카슈미르 지역을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1959년 남부 카라치에서 북부 이슬라마바드로 천도했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몰락으로 유럽 영토 대부분을 상실한 터키는 1923년 이스탄불을 버리고 내륙 고원의 앙카라로 수도를 옮겼다. 말레이시아는 1993년 쿠알라룸푸르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20여㎞ 떨어진 푸트라자야를 새 행정수도로 지정했다. 미얀마는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북부 내륙의 네피도로 이전했다. 탄자니아는 1973년 내륙인 도도마로 수도 이전을 결정했지만 많은 관공서와 대사관이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남아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1869년 메이지유신으로 수도를 교토에서 도쿄로 옮긴 일본은 지역 분산을 위해 1990년 국회에서 ‘수도 이전 결의’까지 했다. 하지만 도쿄의 강력한 반발과 예상을 초과하는 비용 때문에 사실상 이전을 포기한 상태다. 필리핀은 마닐라에서 뉴클라크시티로, 이집트는 카이로에서 40여㎞ 떨어진 사막에 신수도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