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염이 지난해 12월 중순 시작됐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한 달 뒤에야 공개한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中정부 '사람 간 전염' 알고도 한달 동안 숨겼다"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등 여러 기관의 연구진은 지난 29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밀접접촉자 사이에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논문은 또 당국 발표와 달리 1월 11일 이전에 중국 우한의 의료진 7명이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당국의 당초 발표와 딴판이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에 이어 올 1월 5일과 1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명확한 사람 간 전염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16일에야 “사람 간 전염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다소 의견을 바꿨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고위급 전문가팀장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고 말한 뒤에야 사람 간 전염 위험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20일은 이미 춘제(중국 설) 연휴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던 시점이다. 중국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때 알렸다면 강력한 방역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의 전문가들이 핵심적인 정보를 고의로 감춘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는 펑즈젠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 등이며 공동저자에는 가오푸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이 포함됐다.

가오 주임은 논문이 논란에 휘말리자 제일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환자 400여 명의 역학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 회고적 분석으로,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무슨 병인지 알 수 없었다”며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학조사를 통한 추론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현우/전예진 기자 hkang@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中정부 '사람 간 전염' 알고도 한달 동안 숨겼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