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31일 밤 11시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단행한다.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한 지 3년7개월 만이다. 영국은 EU 탈퇴 이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EU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난 영국이 과감한 투자 유치를 통해 EU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분열된 국론 통합 필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를 한 시간 앞둔 이날 밤 10시 방송을 통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추진 과정에서 분열된 국론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BBC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는 끝이 아니라 영국의 새 시대를 여는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이날 브렉시트를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열렸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는 브렉시트 카운트다운을 위한 조명 시계장치가 설치됐다. 인근 화이트홀(정부청사) 건물 곳곳에도 조명이 밝혀졌다. 의사당 인근 의회광장의 모든 깃대에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걸었다. 다만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를 여전히 반대하는 국민을 의식해 기념행사를 최대한 차분하게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존슨 총리도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EU에서 품위 있게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관광명소인 그랑플라스 건물 외벽에도 브렉시트를 기념하기 위해 유니언잭 조명이 켜졌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가 단행되는 밤 11시를 기해 모든 정부청사에서 EU 국기를 내릴 예정이다. 영국보다 한 시간 빠른 유럽 대륙에선 1일 0시를 기해 모든 EU 청사에서 유니언잭이 내려진다. 영국 정부는 ‘평화, 번영, 그리고 모든 나라와의 우정’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50펜스짜리 브렉시트 기념주화 300만 개를 이날부터 발행했다.

영국을 유럽의 싱가포르로

존슨 총리 "영국의 새 시대 열겠다"…과감히 규제 풀어 해외투자 유치
존슨 총리는 오는 3일엔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협정 체결 관련 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노동과 조세, 정부 보조금 등 각종 분야에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EU 회원국일 때는 단일시장 규제에 가로막혀 시행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존슨 총리가 적극적인 시장 개방을 통해 영국을 이른바 ‘템스강의 싱가포르’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인하다.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법인세율을 28%에서 단계적으로 19%까지 낮췄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이후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17%까지 인하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의 향후 집중 공략 대상은 EU 외 미국과 영연방, 아시아·아프리카 국가 등이 될 전망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영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 규모는 493억파운드(약 76조3000억원)다. 이 중 미국 투자 규모가 395억파운드로, 전체 FDI의 80.1%에 달한다. 캐나다와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의 투자 규모도 각각 46억파운드와 10억파운드에 이른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말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줄 수 있는 모든 자유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에 레드카펫을 깔아주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국 대상 EU의 FDI는 -120억파운드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EU가 영국에서 이만큼의 투자를 회수했다는 뜻이다. EU의 이런 추세는 브렉시트 이후 가속화될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독일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