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유명 음악학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계 학생 전원의 수업 참석을 금지해 논란을 빚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이 최근 교수들에게 "중국발 전염병이 돌고 있는 관계로 동양계 학생(중국인·한국인·일본인 등)과 관련 위험 국가에서 온 학생들의 수업참석을 금지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학교 측은 "다음달 5일 의사의 왕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학생들만 수업 참석을 허용할 것"이라며 "해당 학생들에게 잘 주지시켜달라"고 덧붙였다. 160여명의 교수 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로베르토 줄리아니 원장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

1566년 개교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세계 최고의 음악 교육기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 한국인 음악가 상당수가 이 학교를 나왔다.

산타 체칠리아에는 42개국 1335명의 학생들이 수학하고 있다. 아시아계는 81명이며 한국 학생들이 33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 32명, 일본 11명, 필리핀과 대만이 각각 2명, 북한 1명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학교 측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교수들 사이에서도 대응방식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우한을 다녀왔는지에 대한 점검도 없이 모든 동양 학생들을 잠재적인 바이러스 보유자들로 판단해 수업 참석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 학교의 대다수 동양계 학생들은 오랫동안 로마나 인근 지역에서 거주해왔거나 출신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민 2세들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교수는 "학교 측이 수업에 참석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공포를 확산하고 학생들을 차별하는 미친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