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미국과 협상 가능' 언급했다 거센 비판 직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국내에서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27일(현지시간) 테헤란 남부 이란 외무부 청사 앞에서는 보수 성향의 시민 수십명이 모여 자리프 장관의 발언에 항의하고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이달 3일 미국에 폭사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자리프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성조기를 밟은 뒤 불태웠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고향인 케르만주 출신 모하마드 레자 푸르에브라히미 의원은 현지 언론에 "솔레이마니 장군이 순교한 지 40일(종교적 추모기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미국과 협상을 입에 올리다니 분노한다"라며 자리프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 '미국과 협상 가능' 언급했다 거센 비판 직면
자리프 장관이 이란 내 강경 반미 보수세력의 비판을 받게 된 것은 25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 탓이다.

자리프 장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살해된 뒤인데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을 배제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 사람은 접근법을 바꿀 수 있고 현실을 인식할 수 있음을 절대 배제하지 않는다.

미 행정부가 과거를 고치고 제재를 철회한 뒤 협상장에 돌아오면 된다.

우리는 여전히 협상장 안에 있다"라고 답했다.

비록 미국의 반성과 제재 해제라는 선행 조건을 달았지만 이란 내 보수 세력은 협상 가능성 자체를 언급했다는 점에 비판을 가한 것이다.

자리프 장관의 이 인터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이란을 조롱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도 보수 세력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 협상을 원한다면서 제재 해제를 바랐다.

노 생스(No Thanks.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라고 적었다.

자리프 장관의 인터뷰 논란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27일 낸 해명자료에서 "적들은 이란을 호전적이라는 가짜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다"라며 "외무부는 이란이 국제무대에서 합법적 외교력으로 국가의 존엄을 성공적으로 지켰다"라고 반론했다.

이어 "자리프 장관은 미국과 양자 협상 가능성은 미국의 망상일 뿐이라면서 전적으로 부인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식 트위터에 이란 국기를 배경으로 합성한 자리프 장관의 사진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칭송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그의 과거 발언을 적은 사진을 게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