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문제로 요동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이 “볼턴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2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다른 공화당 의원들이 ‘볼턴의 증언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합류할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볼턴 회고록에 관한 언론 보도가 볼턴의 의회 증언 필요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화당 동료들 사이에서 많은 대화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볼턴이 오는 3월 출간할 회고록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 연계를 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후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화당의 리사 머카우스키, 라마 알렉산더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는 의원으로 거론된다. 현재 상원은 전체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무소속 1명 포함)이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67명 이상)’ 찬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반수 찬성’만 있으면 되는 증인 채택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화당에서 4명의 이탈표만 나오면 볼턴 전 보좌관을 상원 탄핵 심판에 부를 수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 끝에 경질된 데다 재임 중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볼턴 전 보좌관이 증언대에 서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폭탄 증언’을 쏟아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연일 볼턴 전 보좌관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볼턴 증인 소환과 관련해 성급한 판단을 보류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존 볼턴에게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며 볼턴 회고록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내용을 부인했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해선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