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수장이 마이너스금리 정책의 효과를 놓고 공식 석상에서 충돌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ECB가 7년째 시행하는 마이너스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하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곧바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국제기구 수장들이 공식 석상에서 충돌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2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에 따르면 두 총재는 지난 24일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폐막식의 패널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엔 두 총재와 함께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올라프 슐츠 독일 재무장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주민 칭화대 국가금융연구원장(전 IMF 부총재)이 참석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마이너스금리 등 저금리를 시행한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은 지금까지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저금리에 따른 ‘값싼 돈’이 정부와 기업, 가계에 높은 차입을 불러오고 있다”며 “위험한 투자를 부채질하고 저축 생활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와 함께 세계 경제의 주요 리스크는 저금리라는 것이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경고다.

그는 마이너스금리를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마이너스금리를 놓고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표현까지 썼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세계 경제에 더 큰 어려움이 닥치면 (중앙은행이)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걱정거리”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라가르드 ECB 총재가 반박에 나섰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에 앞서 IMF 총재를 지낸 그는 “현 마이너스금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고, 얼마나 낮은지에 대한 토론을 벌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마이너스금리의 부작용은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ECB는 물가 안정 유지와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에 충실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럽 경기회복 조짐은 환영하지만 아직까지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경기가 좋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CB는 경기 전망이 더욱 악화되면 오히려 예금금리를 현재의 연 -0.5%에서 최대 연 -1.0%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ECB와 함께 마이너스금리를 시행하고 있는 BOJ의 구로다 총재도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을 거들었다. 그는 “BOJ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마이너스금리에 따른 거품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