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대유행' 후에도 중국인 30%, 야생동물 먹는 습관 못 버려
'폐렴 진원지' 우한 시장, '사스 주범' 사향고양이까지 팔아
100여 가지 야생동물 팔아 충격…일부는 산 채로 판매
"우한폐렴, 야생동물서 비롯…'메뉴판에 코알라' 식문화 바꿔야"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인의 음식 문화가 사태 발단의 주요 원인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03년 전 세계에서 8천98명이 감염돼 무려 774명이 사망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에도 많은 중국인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을 못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와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사스 대유행 후 3년이 지난 2006년 중국 내 16개 도시에서 2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인의 30%가 야생동물을 먹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중국 학자 후싱더우는 "서구 사회가 자유와 인권에 가치를 두지만 중국인은 과거 굶주렸던 기억 때문에 음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일부 중국인은 희귀 동물의 고기나 내장을 먹는 것이 자신의 신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한 폐렴이 그 진원지인 화난(華南)수산시장에서 판매한 야생동물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식습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중국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 시장 내 야생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대, 광시대, 닝보대 의료진은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뱀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우한폐렴, 야생동물서 비롯…'메뉴판에 코알라' 식문화 바꿔야"

중국 온라인에서는 야생동물을 산 채로 파는 우한수산시장 내 가게의 메뉴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메뉴판에는 야생 오소리, 흰코사향고양이, 대나무쥐, 도마뱀, 여우, 코알라 등 100여 종류에 달하는 각종 야생동물의 가격이 나열돼 있다.

'갓 잡은 고기를 바로 냉동해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안내문까지 있다.

무엇보다 사스 대유행의 주범으로 알려진 사향고양이까지 버젓이 판매된다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스는 박쥐의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키면서 사향고양이로 옮겨졌고 이것이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특히 이 시장은 인구가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 우한의 주요 기차역인 한커우(漢口)역 바로 옆에 있다.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곳에서 야생동물 거래가 버젓이 이뤄진 것이다.

인근 주민인 아이(59) 씨는 "시장에는 살아있는 동물을 파는 상점들이 있었다"며 "거북이, 뱀, 쥐, 고슴도치, 꿩 등을 팔았다"고 전했다.

중국 법규는 상업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포획해 사육하는 것을 허용한다.

지난해 9월 우한 정부의 공지를 보면 호랑이, 개구리, 뱀, 고슴도치 등을 산 채로 파는 가게 8곳을 점검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을 정도다.

베이징, 선전, 광저우 등 많은 중국의 대도시는 가금류와 동물을 산 채로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광저우 등에서는 생닭 등을 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1일에야 뒤늦게 중국 전역에서 전염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야생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사스, 우한 폐렴 등의 전염병 대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인의 음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원은 "진정한 문제는 야생동물이 아닌 사람들의 행동"이라며 "전염병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야생동물을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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