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측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의 휴대폰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보도와 관련해 유엔(UN)이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22일 CNBC방송에 따르면 유엔 전문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가 받은 정보에 따르면 베이조스를 감시하는 데 왕세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왕세자의 지속적인 개입 등을 포함해 관계 당국의 즉각적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조스 CEO가 2018년 5월 1일 빈 살만 왕세자의 개인 계정으로 온 와츠앱 메시지를 받은 뒤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용했던 번호로 암호화된 메시지가 전달됐는데 이 메시지에는 악성 파일을 침투시키는 무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수시간 내에 베이조스 CEO의 휴대폰에서 대량의 데이터가 유출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구체적인 유출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 정보가 없다"면서도 "미래의 사우디 국왕이 될 인물이 미국의 아마존 창립자를 타깃으로 한 공격에 개인적으로 연루됐다는 사실이 월가부터 실리콘밸리까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특히 지난해 1월 미국 연예매체인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베이조스 CEO의 불륜 사실을 보도한 배경에도 주목했다. 당시 이 매체는 베이조스 CEO와 TV 앵커 출신 로렌 산체스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와 신체 사진 등을 토대로 불륜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사우디 측이 베이조스 CEO의 정보를 빼내 해당 매체에 불륜 사실을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었지만 사우디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