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영토, 다양한 인종·종교 특수성…정치구조도 더 성장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같은 나라에는 강력한 대통령제가 필요하며 의원내각제로의 이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국 서부 리페츠크주(州)를 방문해 현지 사회활동가들과 면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의원내각제로 이행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거대한 영토와 다양한 종교, 많은 인종과 민족을 거느린 러시아 같은 나라에는 강력한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푸틴은 의원내각제로의 이행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견해가 있을 것이다.

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엔 강력한 대통령제 필요…의원내각제 안돼"
그는 "의원내각제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려면 정치 구조가 오래전부터 성장해 있어야 한다.

유럽의 일부 정당들은 몇백년 동안 존속해 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러시아)에선 정당이 특정 인물과 연관돼 있다"고 러시아 정치 구조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 예로 러시아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 지도자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를 거론하며 그가 있으면 자유민주당이 유지되겠지만 그가 없으면 정당도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에선 아직 정당이 특정 정치 이념과 정강·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 있는 정치 지도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푸틴은 이어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의원내각제가 지금은 자주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에서는 안정적 정당과 같은 정치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반년씩이나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만일 러시아에 6개월 동안 정부가 없다고 상상해 보라. 이는 재앙이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국가들에서는 전혀 상반된 목적 달성 수단을 제시하는 정당들이 연립 정부를 구성한다"면서 원자력발전(원전)을 찬성하는 정당과 반대하는 정당이 구성한 연립정부가 어떻게 공통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현재 의원내각제 국가로 이행하는 것은 러시아에 심각한 시험이 될 것이며 그런 시험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연례 대(對)의회 국정연설에서도 강력한 대통령제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면서 "광대한 영토와 복잡한 민족구성을 가진 러시아는 의원내각제 하에서는 정상적으로 발전하거나 안정적으로 존재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