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식업체 분석…미국재계 경악·'워싱턴포스트 겨냥했나' 의혹
사우디 측 "터무니없는 보도…모든 사실 볼 수 있도록 수사 요청"
"'불륜들통' 베이조스 핸드폰 해킹미끼는 빈살만이 보낸 동영상"(종합)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은밀한 사생활이 탄로 나는 계기가 된 휴대전화 해킹의 원인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였다는 감식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들은 빈 살만 왕세자 소유의 휴대전화에서 발송된 '왓츠앱'의 메시지에 악성 파일이 있었으며 이 파일을 통해 베이조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디지털 감식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베이조스와 빈 살만 왕세자가 왓츠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우호적이었으며 문제의 메시지는 2018년 5월 1일 암호화된 형태로 발송됐다.

베이조스의 휴대전화에 파일이 설치되고 몇시간 만에 '세계 최고 거부'의 휴대전화에서 다량의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이조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감식한 FTI 컨설팅은 빈 살만 왕세자와 연관된 왓츠앱 계정에서 동영상 파일이 발송된 직후 베이조스의 기기에서 데이터가 새어나갔을 가능성에 대해 "중간에서 높은 정도의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불륜들통' 베이조스 핸드폰 해킹미끼는 빈살만이 보낸 동영상"(종합)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데 통치의 정통성을 걸고 서방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빈 살만 왕세자 본인이 이 같은 국가비전 실현을 위해 최고의 투자자일 수 있는 아마존 창립자에 대한 공격에 관여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월가부터 실리콘밸리까지 미국 재계 전반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유출된 정보를 갖고 베이조스의 불륜 의혹 등 사생활을 폭로한 미국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어떻게 이를 입수해 보도했는지 과정에 대한 의혹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베이조스와 로런 산체스 전 폭스뉴스 앵커의 불륜을 보도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회사인 AMI는 당시 산체스의 오빠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베이조스의 보안 담당자인 개빈 드 베커는 지난 3월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빈 살만 왕세자와 AMI의 데이비드 페커 회장이 관련 기사가 보도되기 수개월 전부터 "가까운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사적인 문자메시지와 사진들이 어떻게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드 베커를 고용했다.

베이조스는 불륜 의혹이 보도된 이후 이혼했다.

베이조스 CEO의 사생활이 폭로된 배후에 사우디 정부의 휴대전화 해킹이 있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제기됐으나 빈 살만 왕세자의 휴대전화가 매개로 지목된 것은 처음이다.

"'불륜들통' 베이조스 핸드폰 해킹미끼는 빈살만이 보낸 동영상"(종합)
드 베커는 데일리 비스트 기고 글에서 사우디가 베이조스의 휴대전화에 접근해 개인 정보를 빼냈다는 결론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범행 주체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베이조스의 전화 해킹 배후에 사우디가 있다는 최근 언론 보도는 터무니없다"며 "모든 사실을 터놓고 볼 수 있도록 이런 주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반박했다.

베이조스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베이조스가 사주인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글을 기고하고, WP의 사우디 관련 보도 논조 때문에 사우디가 베이조스를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한 중동전문가 앤드루 밀러는 "빈 살만 왕세자는 아마 사우디에 대한 WP의 논조를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확보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사우디는 빈살만 왕세자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경계나 한도 없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카슈끄지 살인사건을 조사해온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감식 자료를 검토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WSJ은 유엔의 일부 관리들이 FTI 컨설팅의 자료를 봤으며 이르면 22일 일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