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로힝야 집단학살' ICJ 결정 앞두고 발표…인권단체 "또 다른 눈가림 시도"
미얀마 조사단 "전쟁범죄 있었지만, 집단학살 의도는 없어"
미얀마 정부가 임명한 조사단이 '로힝야 사태' 당시 일부 군인들에 의한 전쟁범죄는 있었지만, 집단학살 의도는 없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오는 23일 네덜라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 긴급 조치가 필요한지 결정하기에 앞서 이뤄졌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라카인주 '독립조사위원회'(ICOE)는 전날 보고서에서 "일부 보안군이 로힝야족 반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했고, 무고한 마을 주민을 살해하고 그들의 집을 불태우는 등과 같은 전쟁범죄 및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ICOE는 그러나 "이런 범죄들이 로힝야족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착수됐다고 주장할 만한, 하물며 그렇게 결론 내릴 증거는 불충분하다"며 집단학살 의도는 인정하지 않았다.

ICOE는 필리핀 고위 외교관 출신인 로사리오 마날로, 주유엔 일본대사 출신의 오시마 겐조, 미얀마 대통령 자문역인 아웅 툰 텟 그리고 법률전문가인 미야 테인으로 구성돼 지난 2018년 8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결론은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시작한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에서 미얀마의 학살 혐의를 부인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수치 고문은 재판에서 "미얀마군이 2017년 로힝야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며 "미얀마군이 국제인도법을 무시한 채 부적절한 힘을 사용한 일부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치 고문은 "인종학살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ICOE 보고서에 대해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영국버마로힝야협회(BROUK)는 "ICJ의 판결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뻔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BROUK는 "라카인주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행위에 대한 결함투성이의 이번 조사 결과는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인 폭력을 눈가림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얀마군은 지난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