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당·호텔 전문기업 D&D 한국인 총지배인 김신태 인터뷰
28세 때 영국 와 고든 램지·피에르 코프만 식당 등서 일해
블레어·존슨 총리, 축구스타 루니 등 유명인사도 식당 손님
"'맛없는 영국 요리'는 옛말…세계 최고 식당 모인 곳이 런던"
'포틴 힐스'(14 Hills)는 지난해 말 런던 금융중심지 '시티 오브 런던'에 새롭게 문을 연 식당이다.

이른바 '모던 브리티시'(modern British)를 추구하는 이곳은 '파인 다이닝'(fine-dining·고급식당)과 캐주얼 레스토랑 사이에서 적당한 고급스러움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곳이다.

높은 지대 위 새로 지은 건물 11층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템스강과 런던 브리지는 물론 '거킨(Gherkin·오이 피클) 타워', '더 사드'(The Shard) 등 런던의 랜드마크 빌딩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종업원 숫자만 100명에 이르는 이곳의 총지배인은 한국인 김신태(47)씨.
그는 런던 레스토랑업계 유명인사다.

단지 이 식당의 총지배인이 아니라 종업원 2천800명에 달하는 영국 식당 및 호텔 전문 기업 D&D 그룹의 오프닝·리모델링 전문 총지배인(managing director)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데스 구데와데나(Des Gunewardena)와 데이비드 뢰비(David Loewi)가 공동 설립한 D&D는 모두 43개의 식당을 소유하고 있다.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 리즈 등 주요 도시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뉴욕 등에도 D&D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D&D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달리 모든 식당이 제각각 다른 콘셉트를 갖고 있다.

이탈리안, 프렌치, 모던 브리티시, 심지어 일식당도 소유하고 있으며, 가격대와 고객층도 제각각이다.

D&D 식당 중 한 곳인 해산물 전문식당인 '앵글러'(Angler)는 미쉐린 가이드 별 1개를 받았다.

'론스톤 플레이스'(Launceston Place), '오레리'(Orrery)는 한 끼 식사에 한 사람당 200 파운드(약 30만원) 정도를 잡아야 하는 '파인 다이닝'이다.

"'맛없는 영국 요리'는 옛말…세계 최고 식당 모인 곳이 런던"
김 지배인은 이 같은 D&D의 식당 개업 및 리모델링을 총괄한다.

식당을 열기 전 계획부터 셰프 및 직원 채용, 인테리어, 오프닝 행사까지 김 지배인의 손을 거친다.

현재 그를 돕는 비서만 6명이다.

그는 새로 문을 연 식당이 자리 잡으면 또 다른 지역의 식당 오픈을 준비한다.

기존 식당 중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어려움을 겪는 곳에 긴급 투입돼 리모델링하는 구조조정까지 그의 몫이다.

김 총지배인은 19일(현지시간) '포틴 힐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다들 영국 음식이 맛이 없다고 하지만 런던은 전 세계 모든 음식을 최고급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전통 영국 음식 역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다른 지역의 레시피 등을 받아들임으로써 '모던 브리티시'로 새롭게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호텔학과를 나온 뒤 강남 노보텔호텔에서 일했던 그는 2000년 영국으로 유학을 왔다.

"1년은 영어, 2년은 현지 호텔과 레스토랑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런던 사보이호텔 레스토랑에서 영국 최고의 요리사 고든 램지 밑에서 일했고, 프랑스 유명 요리사 피에르 코프만(Pierre Koffmann)이 문을 열어 영국에서 최초로 미쉐린 별 3개를 받은 식당 '피에르 코프만'의 지배인을 맡기도 했다.

2006년 오너인 데이비드의 눈에 띄어 D&D에 합류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현 총리 등 유명 정치인은 물론, 축구 스타 웨인 루니,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 등도 그가 일하는 식당을 찾은 바 있다.

김 지배인으로부터 세계 최고 도시 중 하나인 런던의 요식업계에 관해 들어봤다.

-- '포틴 힐스'는 야경뿐만 아니라 각종 식물 등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독특한데.
▲ 식당 내에 모두 2천200 그루의 나무와 식물을 사용했다.

'시티 오브 런던'은 금융중심지로 각층 고층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곳이다.

그들에게 식사하는 시간에라도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 D&D의 식당을 개업하는데 원칙이나 순서가 있나.

▲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다.

회사 내에 부동산 전문가팀이 있다.

이들이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건물을 둘러본다.

위치가 정해지면 어떤 종류의 식당을 열 것인지와 메인 셰프를 선정한다.

그 후 위치와 고객 특성 등을 분석해 인테리어와 메뉴 등을 정한다.

킹스크로스역 인근에 있는 독일식당인 '저먼 김나지움'(German Gymnasium)은 원래 체육관 건물이었다.

이곳의 임대를 결정한 뒤에 영입한 셰프가 독일 요리 전문가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독일 식당을 열게 됐다.

"'맛없는 영국 요리'는 옛말…세계 최고 식당 모인 곳이 런던"
-- 런던은 '파인 다이닝'으로 유명한데.
▲ 물론 지금도 런던에는 수많은 '파인 다이닝'이 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곳이 많다.

고객 중에는 음식을 먹기보다는 경험하기 위해 '파인 다이닝'을 찾는 이들도 많다.

한 번은 그 식당을 찾겠지만 지속적인 고객이 되지는 못한다.

'포틴 힐스'는 '파인 다이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반 캐주얼 레스토랑도 아니다.

적당히 고급스러우면서도 대중성을 함께 추구하는 곳이다.

'어린이 메뉴'를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파인 다이닝'에서 '어린이 메뉴'를 갖춘 곳은 없다.

그러나 이곳은 주중에 찾은 고객이 주말에 가족과 함께 브런치를 먹으러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별도 메뉴를 마련했다.

-- 한국에서는 치솟는 임대료로 인한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 세계적인 도시인 만큼 런던의 임대료도 살인적이다.

다만 합리적인 측면도 있다.

런던은 주로 최저임대료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포틴 힐스'의 경우에도 새로 입주하면서 최저임대료를 정했고, 나머지는 수익에 따라 추가된다.

장사가 잘돼 매출이 늘어나면 최저임대료 외에 추가로 일정 비율을 건물주에게 준다.

그렇다 보니 건물주 역시 입점한 식당의 장사가 잘되기 위해 편의를 봐주는 등 상당히 신경을 쓰게 된다.

--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음식이 유명한 유럽 다른 지역에 비해 조리법 등이 다양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나라의 레시피나 소스 등을 받아들인 '모던 브리티시' 식당이 곳곳에서 문을 열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런던 요식업계에서 종사하게 된 배경은
▲ 영어도 배울 겸 런던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

딱 3년만 있다가 가려 했다.

그러던 중 현재의 D&D 오너인 데이비드를 만나 지금까지 머물게 됐다.

"'맛없는 영국 요리'는 옛말…세계 최고 식당 모인 곳이 런던"
-- 20대 중반의 나이에 영어를 배우기에도 쉽지 않았을 텐데.
▲ 사보이 호텔 '그릴'에서 일하던 때였다.

예약 주문을 받았는데 영어가 짧아 고객의 전화번호를 받아적을 수가 없었다.

고객이 "내가 (사보이호텔) '그릴'에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 패스트푸드점에 전화를 한 것이냐"며 화를 내더라.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펑펑 울었다.

-- 서양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일하는 동양인으로 차별받은 적은 없었나.

▲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내 일에 자신이 있었고, 맡은 일을 철두철미하게 하다 보니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나름 업계에서 유명하다 보니 런던에서 식당이 새로 문을 열면 초대받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그 식당에서 나에게 메뉴나 분위기 등 식당 운영 전반에 대해 조언을 구하곤 한다.

-- 쉽지 않은 길을 개척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뒤따랐을 텐데.
▲ (정오에 문을 여는) 식당에 오전 6시 반에 도착한다.

집이 잉글랜드 남동부 켄트주에 있는데, 4시 반에 집에서 나온다.

식당의 마지막 주문을 오후 10시 40분에 받는데, 그걸 확인하고서야 퇴근한다.

집에 돌아가면 자정이 넘는다.

주 6일을 이렇게 일한다.

-- 셰프나 서버(server)도 직접 뽑는데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영향이 있나.

▲ 매우 크다.

예전보다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

일단 런던의 물가가 비싼 데다 브렉시트로 인해 거주 이동의 자유가 제약될 것으로 예상되자 셰프나 일반 직원들이 런던보다는 유럽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 일식·중식에 비해 영국 내 한식당의 숫자가 적은 데.
▲ 기본적으로 한식은 밥과 국이 기본이다.

'테이크 어웨이'(take away·포장)가 힘들다.

일식이나 중식은 어디를 가나 '테이크 어웨이' 전문점이 있다.

그만큼 대중화된 것이다.

고급 한식당이 적은 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 시기가 늦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 D&D 식당 중 한식당은 아직 없는데.
▲ 한식당을 고려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걸림돌이 많다.

좋은 셰프를 고용하려고 해도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한국인 셰프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나는 스물여덟살 때 런던에 왔다.

지배인으로서 처음으로 면접을 본 직원이 열여덟살이었다.

그 나이에 3개 국어를 하고 벌써 5∼6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더라. 한국의 젊은 친구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많이 보고 경험하고 공부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