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이탈리아-미국 합작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손잡고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든다.

폭스콘은 대만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전기차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두 회사는 1분기 중에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폭스콘과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새 합작법인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디자인과 부품, 공급망 관리를 맡지만 자동차 조립은 담당하지 않을 계획이다. 우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초점을 맞춘 후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폭스콘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매출의 절반가량을 애플에 의존하는 등 전자제품 위탁생산에 치중한 주력사업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폭스콘은 제조기술의 전문성과 탄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면 장기적으로 매출의 10%가량을 자동차 부문에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차례 중국 전기차 관련 벤처회사에 투자하려 했지만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폭스콘과 손잡은 건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주력인 연료자동차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2018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 아래로 떨어졌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경쟁사들은 각각 13.8%와 2.3%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전기차 등 미래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PSA와 합병하기로 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폭스콘-피아트크라이슬러 합작법인이 초점을 맞출 중국은 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 대수가 가장 많은 시장이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삭감한 여파로 전기차 판매 대수가 지난해 연말까지 6개월 연속 줄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