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맨'으로 30년 승승장구…3년 전 의혹폭로 영상으로 추락 시작
가디언 "앞으로 푸틴 더 보게 될 것" 전망
'푸틴의 그림자' 메드베데프, 부정축재 의혹 속 굴욕 퇴장

"푸틴이 '배트맨'이라면 메드베데프는 '로빈'이었다.

"
15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내각 총사퇴가 결정되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만큼 메드베데프 총리의 정치 인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빼고선 논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푸틴의 그림자'로서 승승장구한 그였지만 부패 연루 혐의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한 채 결국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치욕스러운 최후'라고 평가했다.

메드베데프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인연은 1990년 두 사람이 각각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대외관계위원회의 위원장과 보좌관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메드베데프는 8살 많은 푸틴의 개인 변호사로 근무하고, 1999년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이 사임하며 푸틴이 권한대행이 되자 그를 따라 크렘린궁에 입성하는 등 확실한 '푸틴맨'으로 거듭났다.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 대통령이 헌법의 잇따른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총리로 물러나자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한 사람도 최측근인 메드베데프였다.

'푸틴의 그림자' 메드베데프, 부정축재 의혹 속 굴욕 퇴장

당시 서방에선 그가 푸틴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메드베데프는 실제로 러시아의 '사법 허무주의'를 타파할 것을 주문하는 등 진보적인 연설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시도한 미국은 곧 그도 푸틴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2010년쯤 돼선 메드베데프 정부는 실질적 지도자인 푸틴이 조종하는 '꼭두각시 정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푸틴이 2012년 대선을 통해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한 이후 메드베데프는 총리로 취임했다.

그의 추락은 2017년 부패 연루 혐의가 드러나며 시작됐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유튜브에 메드베데프의 부정축재를 고발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커단체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제작한 영상은 메드베데프가 12억달러(약 1조4천억원)를 횡령했으며,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감추기 위해 지인을 동원했다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여파로 일반 국민의 삶이 궁핍해진 상황에서 이런 의혹은 그에게 특히 치명적이었다.

영상이 확산하며 당시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에선 수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후 그는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의 비교적 낮은 지지율 보이면서 경질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이날 푸틴은 물러나는 메드베데프에게 신설될 국가안보회의(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 부의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가디언은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총리로, 이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며 "그가 끌려나간 이상 러시아는 앞으로 푸틴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의 그림자' 메드베데프, 부정축재 의혹 속 굴욕 퇴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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