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주요 도시 중 첫 강력 조치…약 100만대 영향받아
대기오염에 비상걸린 이탈리아 로마, 경유 차량 운행 금지(종합)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가 최근 극심한 스모그 현상이 연일 지속하자 모든 경유 차량 운행 제한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시 당국은 14일(현지시간) 오전 7시 30분부터 밤 8시 30분까지 시내 일부 구간에 대해 유럽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가장 낮은 유로 0과 유로 1이 적용된 경유 차량의 운행을 금지했다.

또 유로3부터 가장 최신의 유로6 차량은 출근 시간(07:30∼10:30)과 퇴근 시간(16:30∼20:30)에 운행이 제한됐다.

사실상 이날 하루 모든 경유 차량의 운행이 통제된 것이다.

시 당국은 이번 조치로 경유 차량 100만대가 통행 제한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로마는 올해 들어 열흘 넘게 최악의 대기오염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입자 크기가 10㎛ 이하인 미세먼지 PM10 수치가 기준치(50㎍/㎥)를 초과하는 날이 반복되고 대기오염 물질을 함유한 짙은 스모그 현상마저 지속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한다.

이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람마저 잦아들며 대기 순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기상 당국은 전했다.

당국은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로마시가 대기오염에 대응하고자 유로6 경유 차량까지 포함하는 운행 제한 조처를 내린 것은 작년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탈리아 내 밀라노, 토리노, 피렌체, 파르마 등 주요 도시가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으나 모든 경유 차량의 운행 제한 조처를 한 것은 로마가 유일하다.

이탈리아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의 본고장인 토리노 등 북부 일부 지역은 최근 유로 5를 채택한 2013년 이전 제조 경유 차량의 운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응급처방을 도입한 바 있다.

환경단체와 산업계는 로마 시당국의 조처에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에선 과학적 근거가 박약한 과도한 조처로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고 불만을 나타낸 반면, 환경단체는 지난 열흘간 최악의 스모그 사태를 겪고 나서야 취해진 뒷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차량 통행이 잦은 시 중심부는 운행 제한 구간에서 제외된 데다 이러한 '땜빵식' 조처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마시는 서유럽에서도 가장 심각하다는 만성적인 대기오염 문제를 해소하고자 2024년부터 경유 차량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2년 전 공언한 바 있다.

대기오염에 비상걸린 이탈리아 로마, 경유 차량 운행 금지(종합)
/연합뉴스